피해 여성 나 몰라라…‘권력’만 챙긴 여성단체연합

피해 여성 나 몰라라…‘권력’만 챙긴 여성단체연합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1-06 21:48
수정 2021-01-07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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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도 ‘박원순 피소 유출’ 비판

김영순 대표, 피해 고소 지원 요청 누설
남인순 의원, 박 전 시장 측에 정보 전달
사과·반성 제대로 않고 엉뚱 해명·침묵

여성단체연합 정문에 익명 대자보 붙어
“수직적 위계질서로 쌓은 城만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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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결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사실 유출 통로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지목된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실 건물 앞에 자신을 한 여성단체 막내 활동가라고 밝힌 인물이 여성운동계 내부의 위계질서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검찰 수사 결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사실 유출 통로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지목된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실 건물 앞에 자신을 한 여성단체 막내 활동가라고 밝힌 인물이 여성운동계 내부의 위계질서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유출 의혹을 두고 석연치 않은 해명만을 남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여성계의 비판이 거세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와는 달리 남 의원이 “‘피소사실’을 유출한 바 없다. 다만 젠더특보에게 전화로 ‘박 전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본 것”이라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여성운동계에서 ‘제대로 된 사과도, 반성도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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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언론에서 사용한 ‘피소사실 유출’이라는 표현도 남 의원이 박 전 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변호인의 고소 예정 사실(사건 지원 요청)을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로부터 전해 듣고 이를 박 전 시장의 젠더특보에게 전달한 행위를 가리킨 것”이라며 “오랫동안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성폭력 사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피해자 동의 없이 그런 이야기를 가해자 측에 전달한 것은 굉장히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검찰이 박 전 시장 사건 관련 정보가 지난해 7월 피해자 측 고소 전날 김 대표→남 의원→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로 전달됐다고 밝힌 뒤에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뒤늦게 “진실 규명을 위해 분투한 피해자와 공동행동(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단체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출 당사자인 김 대표는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신민주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장은 “2차 가해 등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건에 대한 영향을 고려했다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판단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만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유출 사실을 제때 밝히지 않은 것이 대의를 위한 은폐였다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유출 사건이 여성운동계 안에 존재하는 위계질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여성단체 활동가는 익명으로 작성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입주한 건물 정문에 붙인 대자보를 통해 “정치 결탁에 기반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2차 가해가 공론화된 지금까지도 여성운동계는 위계질서로 쌓아 올린 성 안에서 변하지 않고 굳건하게 버텨 왔다”며 “위계질서에 대한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대표자, 수직적 위계질서로 인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박원순 피소’ 유출 사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김 대표, 남 의원 등 유출 책임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피소사실 유출 논란이 계속되면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의 피해 사실 규명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일부의 잘못이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연대하는 단체들을 공격하는 논리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지금은 책임자들이 제대로 사과하고, 피해자를 열심히 지원하는 단체들에 힘을 실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1-01-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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