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인권위, 인권침해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해달라”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인권위, 인권침해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해달라”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1-21 16:48
수정 2021-01-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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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故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인권침해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원단체’가 2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그간 수많은 N차 가해로 고통받아 온 피해자의 간곡한 부탁의 말이 써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는 25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14층 전원위원회실에서 2021년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서울시장 성희롱 사건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에 대한 의결 여부를 결정한다.

전원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7명을 합해 11명의 인권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인권위 최고의결기구다. 위원회의 회의는 위원장이 주재하며,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위원들의 찬성이 부족하면 부결할 수도 있고, 직권 조사 결과 보고가 전원위원회에서 의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안건을 추후에 재상정할 수도 있다.

피해자지원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1일 인권위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정의로운 권고로 위력 성폭력 및 성차별적 노동 관행에 경종을 울려주길 바란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직권조사 결과가 성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역사의 주춧돌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의견서에서 ▲서울시장실 비서 업무를 직무 역량 기준이 아닌 여성의 용모를 기준으로 업무를 배치하는 등 성차별을 해온 점 ▲ 서울시장 등 상급자의 심기보좌, 감정 수발 성격의 노동을 여성 비서들에게 강요한 점 ▲ 피해자가 이직을 원했음에도 4년 간 이직을 하지 못한 건 서울시장의 위력 때문이었다는 점 ▲ 피해자가 성고충을 토로하자 “시장님이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외면한 건 직장 내 성폭력 지침에 전면 반한다는 점 ▲ 가해자가 권력자라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불리한 대우를 한 건 성폭력 2차 가해라는 점 ▲ 인권기구인 인권위가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침묵하지 않고 피해자가 겪은 인권 침해를 인권 침해임을 확인해 공표해줄 것 등 6가지를 요구했다.

피해자지원단체는 의견서에서 피해자가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탄원서에 쓴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의 모호한 수사 결과 발표 후 극심한 2차 가해에 시달렸습니다. 고인의 측근들은 저에 대한 비난을 SNS에 게재했고, 언론에 인터뷰하였으며, 지지자들은 측근들의 확신에 찬 어투를 믿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어떤 행위도 없었다’, ‘무고’, ‘살인녀’ 등)을 각종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게시하였고, 마치 누군가 계획한 듯 발표 이후 일부 웹사이트에는 제 사진과 동영상이 갑자기 게재되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 검찰 발표가 있었습니다.

고인의 사망 경위에 본인 스스로 저지른 잘못이 무엇인지, 그 피해자가 누구인지,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두 인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발표만으로 저를 향한 2차 가해는 상당 부분 줄어들었습니다. 측근과 지지자들도 부정할 수 없는 고인의 인정에 유구무언인 상태가 된 듯 보였습니다.

저의 마지막 희망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입니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으로부터 저의 침해받은 ‘인권’에 대해 확인을 받는 것이 이 혼란 중에 가해지는 잔인한 2차 가해 속에서 피 말라가는 저의 심신을 소생시킬 첫 걸음일 것입니다.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사실확인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살리기 위한 사실확인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혼란을 잠재워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피해자는 “공무원 출신 부모를 따라 착실히 공부해 동생과 나란히 공무원이 된 피해자는 힘들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자 노력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등의 피해를 겪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고, 매일 아침 출근하며 두려움에 떨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4월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을 겪은 뒤 보인 서울시의 대응에 좌절해 상담 및 치료 과정에서 그동안 누적되어 온 스트레스, 성추행, 성희롱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 두려움이 외면할 수 없는 상태로 폭발하여 고소를 결심하게 되었다”며 “그러나 고소 바로 다음 날 박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경찰 수사가 모두 멈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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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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