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밀집 주택과 겨우 20m… 91세 노인도 피켓 들고 거리로

고령층 밀집 주택과 겨우 20m… 91세 노인도 피켓 들고 거리로

손지민 기자
입력 2021-02-08 21:06
수정 2021-02-0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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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역에 ‘감염병전담병원’ 지정 논란

전담병원에 지정된 강남구립요양병원
2000가구 사는 노인특화아파트와 인접
“주민들 반발, 님비라고만 볼 수는 없어”
병원 옮겨야 하는 기존 입원 환자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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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이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되자 환자 보호자들과 세곡동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행복요양병원 앞에서 집단 퇴원 거부 의사를 밝힌 환자 보호자들이 ‘코로나19 전담 요양병원 강제지정 및 강제퇴원 반대 보호자 발대식’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이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되자 환자 보호자들과 세곡동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행복요양병원 앞에서 집단 퇴원 거부 의사를 밝힌 환자 보호자들이 ‘코로나19 전담 요양병원 강제지정 및 강제퇴원 반대 보호자 발대식’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행복요양병원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5개나 있어요. 병원에서 고작 20m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감염에 취약한 노인들이고요.”

8일 서울 강남구 은곡사거리 인근에서 만난 세곡동 주민 최모(72)씨는 최근 세곡동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것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주거밀집구역 한가운데 있는 병원이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되자 고령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에 나선 주민 3명도 모두 60~70대였다.

서울시는 지난 1일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강남구 느루요양병원과 함께 행복요양병원을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했다. 각 병원은 오는 15일까지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경증 코로나19 환자만 치료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기존 입원 환자 보호자도, 주민들도 전담병원 지정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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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요양병원은 서울주택공사(SH)가 공급한 장기 전세 아파트 단지 5개에 둘러싸여 있다. 5개 단지를 모두 합하면 총 2121가구 규모다. 세곡동 주민 김모(62)씨는 “서울시에서 방역을 철저히 하겠다고 하지만 코로나19 환자를 싣고 다녀야 하고 병원 관계자 등 이동 인원도 많아질 텐데 이 근방이 주거밀집구역이라 주민들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행복요양병원 바로 건너편에 있는 4단지가 ‘노인 특화 단지’라는 점을 서울시가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66~94세를 대상으로 주택을 임대하고 노인 전용 편의·복지시설을 갖춘 주거단지다.

이 단지에 거주하는 91세 노인도 전담병원 지정에 항의하며 지난 5일 병원 앞 시위에 동참했다. 주민들의 반발을 님비(지역이기주의)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병상 가동률이 90%에 육박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미리 전담병원을 확보해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복요양병원은 서울에 있는 유일한 구립 요양병원이어서 우선순위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이 운영하는 곳(행복),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곳(미소들), 자발적으로 신청한 곳(느루)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진 만큼 확진 추이를 지켜본 후 행복요양병원의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지정을 다시 고려해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감염병 전담병원 가동률은 전날 기준 38.5%로 병상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세곡동 주민 자치 모임인 세곡사랑연합회는 “기존에 운영 중인 전담병원들의 병상 가동률이 70~80%로 올라갈 때까지 행복요양병원의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을 보류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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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1-02-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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