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서 서울역파출소 박아론 경사
서울역 오가는 500명 중 140명 신상 파악하루 10시간 방호복… 체중 11㎏ 줄기도
“노숙인도 국민… 방관하는 건 직무유기”
박아론 경사
서울역 광장에 있는 노숙인을 관리하는 게 그의 업무다. 박 경사는 서울역을 오가는 500여명의 노숙인 중 140명의 얼굴과 이름, 특징을 달달 외우고 있다. 노숙인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 병원으로 안내하며 노숙인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형사과에 보내기도 한다.
지난해 5월 이곳으로 발령된 박 경사는 처음에는 멱살을 잡히는 등 봉변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내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광장을 청소하며 자연스럽게 노숙인들에게 다가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노숙인들에게 진단 검사를 독려하고 확진 판정 후 사라진 노숙인을 찾는 일도 도맡았다. 지난 1월에는 하루 10시간씩 방호복을 입고 숙대입구에서 충정로까지 백방으로 뛰며 노숙인을 찾느라 체중이 11㎏ 빠지기도 했다. 남대문서가 발견한 확진 판정 노숙인 100여명 중 절반을 박 경사 혼자 찾아냈다.
박 경사는 “노숙인이 코로나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는데 방관하면 내 업무를 안 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임무가 국민의 신체와 생명 보호인 만큼 노숙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21-04-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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