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관 오냐” 묻자 “안 올 것 같은데…”
아버지와 통화서 불안감·답답함 호소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 이모 중사 분향소
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 모 중사의 유족측은 이날 오후 사건초기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를 고소할 예정이다. 2021.6.7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 모 중사의 유족측은 이날 오후 사건초기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를 고소할 예정이다. 2021.6.7 연합뉴스
유족 측이 이날 언론에 공개한 통화녹취에 따르면 이 중사는 지난달 7일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국선변호인이 ‘영외 전화번호’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당시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신고 후 두 달간의 청원휴가를 마친 뒤 자가격리 중이었다. 군사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군검찰이 이 중사의 청원휴가와 격리기간을 고려해 피해자 조사 일정을 조율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국선변호인이) 결혼한다고 정신이 딴 데 가 있구먼’이라며 달래는 부친의 말에 이 중사는 “그러니까”라고 답한 뒤 “이번에 (국선변호인을) 바꿔 달라고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 중사의 상담을 맡았던 군 성고충 상담관도 개인사정으로 부재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중사는 ‘상담관이 국선변호인을 바꿔 달라고 해도 된다느냐’는 부친 질문에 “지금 군내에 있던 상담관도 수술한다고 개인 연가를 내서 없다”며 “내가 지금 요청할 수 있는 건 계속 상담받던 서산 시내 (민간) 상담관뿐”이라고 토로했다. ‘상담관은 언제 오느냐’는 부친의 거듭된 질문에는 “안 올 것 같은데…”라며 “22일 뒤에 온다는데, 오면 한참 뒤인데 뭘”이라고 답했다.
해당 통화녹취에는 군 검찰 피해자 조사를 앞둔 고인의 걱정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 중사는 부친이 ‘군 검사는 가해자 잘못을 끄집어내는 사람이고 너는 피해자니, 예민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키며 ‘검사라는 그런 것 때문에 조사받는 게 신경 쓰이냐’고 묻자 “응”이라고 답했다. 부친이 피해자 조사 시 국선변호인 배석 문제 등을 추가로 묻자 “지금은 그런 얘기까진 머리가 아프다”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21-06-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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