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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동료 앞에서 영어시험 0점이네, 조롱해”

서울대 청소노동자 “동료 앞에서 영어시험 0점이네, 조롱해”

곽혜진 기자
입력 2021-07-17 11:20
업데이트 2021-07-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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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 손 피켓 앞에 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1.7.7 연합뉴스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 손 피켓 앞에 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1.7.7 연합뉴스
“동료들 앞에서 시험 점수가 보이는 채로 시험지를 나눠줬다”
“0점 받은 사람한테는 ‘0점이네요’ 하면서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지난달 17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이씨(59)의 동료들이 과도한 노동 강도와 직장 갑질 의혹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이씨의 동료 A씨는 최근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간담회에서 학교 측이 기숙사 준공연도, 한자·영어 등의 필기시험을 보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 “1등 한 사람도 이 시험은 스트레스였고 노동자를 당연히 ‘평가당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고 밝혔다.

동료 B씨는 중간 관리자가 회의 참석 시 정장차림을 강요했다는 사실에 관해 “초록색 나뭇잎 무늬 옷을 입고 갔더니 ‘애매하지만 통과’라는 식으로 말했고, 꽃무늬 옷을 입은 노동자한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최저임금 받는 우리가 정장을 따로 준비해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책임자인 안전관리팀장 C씨는 “다 같이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에서 한 일이 오해를 사게 돼 답답하다”며 “청소노동자들이 늘 작업복에 장화 차림이어서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회의 때 멋진 옷을 입고 오라고 말씀드린 것”이며 “시험도 외국인 응대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 교육 차원에서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 측에서는 노동자들이 깨끗하게 입고 다녀야 좋다는 마음에 요구할 순 있겠지만, 상사(관리자)가 특정한 복장을 강조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일어났다면 노동자들에겐 통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서울대 관계자들은 갑질의 의미조차 모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부에선 갑질이 아니라 정당한 관리, 경영의 차원이라고까지 설명한다”며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정말 객관성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인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했다.

이씨가 평소 동료들에게 힘들다고 호소했던 제초작업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동료 A씨는 “팀장이 업무 외에 건물 밖 제초작업까지 시켰다”면서 “해외 전문가들의 제초 작업 영상을 보여줬는데 전문가 수준 정도로 깨끗하길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사진=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 공지 캡처
사진=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 공지 캡처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차원에서 주말 근무를 폐지하고, 학생들이 1층 집하장에 직접 쓰레기를 버리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기숙사 청소노동자가 사용하는 휴게실이 열악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기숙사에서 일하던 50대 청소노동자 이모씨는 지난달 26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정원 196명인 기숙사 건물 관리를 홀로 맡았으며, 평소 동료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과 상사의 부당한 지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앞서 서울대는 학내 인권센터에 직장 내 갑질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를 의뢰했지만, 유족 측은 ‘셀프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구민교 학생처장이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는 글을 써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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