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내달부터 의무격리 축소되지만…‘아프면 쉴 권리’ 뒷받침 전무

내달부터 의무격리 축소되지만…‘아프면 쉴 권리’ 뒷받침 전무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3-04-03 14:53
업데이트 2023-04-03 14:5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내달부터 격리의무 단계적으로 풀리는데
아플 때 쉴 권리 보장방안 없어
고용부, 병가 법제화 미온적
상병수당은 대안 되기에 역부족
코로나19 환자 이용 어렵고
7월부터 소득하위 50%위주로 지원

이미지 확대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벗은 시민의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벗은 시민의 모습.
뉴스1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의무격리기간이 7일에서 5일로 단축되는 등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1~3단계) 1단계가 시작된다. 이렇게 방역조치가 완화되면 경각심이 더 낮아져 코로나19 환자의 쉼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지만, ‘아프면 쉴 권리’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은 사실상 전무하다. 오는 7월 격리 의무가 해제되고 ‘권고’로 전환되기 전까지 실효성 있는 쉴 권리 보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각 사업장이 병가 활용 지침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시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자체 지침’일 뿐 강제성이 있는 게 아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6월 모든 임금 근로자가 업무 외 상병에도 휴가·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병가 법제화를 추진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했지만, 고용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상병수당 등 관련 제도가 이미 갖춰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상병수당은 아직 시범사업 단계인데다 보장 기간도 짧아 대안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12월 상병수당 신청 3856건 가운데 수당 지급이 이뤄진 2928건중 코로나19로 상병수당을 받은 사람은 45명(1.5%)에 불과했다. 애초 코로나19 확진자는 상병수당을 받기 어렵게 시범사업이 이뤄진 탓이었다.

정부는 시범사업 모형별로 최대 2주까지 ‘대기 기간’을 설정했는데, 시범사업 지역 중 순천·창원의 대기 기간은 3일, 부천·포항 7일, 종로·천안은 14일이었다. 예를 들어 대기 기간이 7일이라면 질병이나 부상으로 8일 이상 일을 해선 안 된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있어야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7일을 제외한 하루치에 대해 4만 6180원을 지급한다. 코로나19 격리 기간이 현재 7일이니, 애초 코로나19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던 셈이다.

오는 7월부터 시작될 상병수당 2단계 시범사업은 기존의 ‘대기 기간 14일’ 모형을 없애고, 7일·3일 모형만 운영한다. 상병수당을 적용받는 코로나19 환자가 1단계 시범사업 때보다는 늘 것으로 보이나, 이번에는 ‘보편 지원’이 아닌 소득 하위 50% 취업자를 집중 지원하는 ‘선별 지원’ 형태로 운영된다. 상병수당 제도 도입 취지와 배치되는 시범사업 형태란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쉴 권리, 즉 병가는 법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데 현금 급여 성격의 상병수당을 먼저 도입하는 다소 모순적인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연구위원은 ‘아픈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안전망 설계’ 연구보고서에서 “상병수당 수급은 아플 때 쉬는 것을 전제하지만, 시범사업 모형은 쉬는 기간 중 상실 소득만 보장할 뿐 병가 및 휴직 등 아플 때 쉬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편적 안전망으로써 상병수당이 도입되더라도 아플 때 쉴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당수 근로자는 상병수당 수급 기간 중 일자리 상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빈곤불평등연구실 연구위원은 ‘미국 연방 및 주 단위의 상병수당 제도’ 연구보고서에서 “미국의 대표적 미디어 업체인 넷플릭스는 52주의 ‘완전소득대체’ 유급병가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아픈 노동자의 병가 보장 및 소득 보장은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한 만큼,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재계도 적정한 부담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