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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담 때문에 15년간 철창신세…곰숲에서 자유 찾은 사육곰들

웅담 때문에 15년간 철창신세…곰숲에서 자유 찾은 사육곰들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3-04-10 13:28
업데이트 2023-04-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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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앞둔 사육곰 두 마리. 카라 제공
구조를 앞둔 사육곰 두 마리. 카라 제공
15년간 좁은 철창에 갇혀 살았던 사육곰 두 마리가 구조돼 ‘곰숲’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단체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함께 지난 3월 26일 강원도 화천 소재의 사육곰 농장에서 사육곰 2마리를 구조했다.

앞서 두 단체는 지난 2021년 6월에도 농장주의 사육포기로 갈 곳이 없어진 사육곰 15마리를 구조했다. 자연사 등을 이유로 현재는 12마리 곰들이 임시보호시설에서 생활 중이다.

● 다쳐도 치료없어…사육곰의 현실
구조된 사육곰 중 한 마리는 왼쪽 뒷다리에 장애가 있다. 농장주에 따르면 이 곰은 새끼 때 옆 칸에 있던 곰에게 물려 다쳤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5년 가까이 방치됐고, 다리가 기형적으로 꺾여 펼 수 없는 상태다.

이렇게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는 사육곰은 전국에 300여마리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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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후 곰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수의사. 카라 제공
마취 후 곰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수의사.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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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을 위해 마취된 곰 . 카라 제공
이송을 위해 마취된 곰 . 카라 제공
이번 구조가 진행된 사육곰 농가는 이전에도 두 단체가 종종 곰들을 위해 해먹을 설치하고 먹이를 지원한 곳이다.

두 단체는 농장주를 설득해 남아있는 곰 2마리를 구조하고 곰 사육 시설의 철거까지 합의했다. 이로써 국내 남은 사육곰 농장은 20개소에서 19개소로 줄었다.

● ‘곰숲’에서 새 삶…이름도 공모 예정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소속 수의사들은 곰들을 마취한 후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운동기능검사와 방사선 촬영을 하고 혈액과 분변을 채취해서 연계기관에 검사를 의뢰했다. 포터블 엑스레이를 이용하여 장애가 있는 사육곰의 다리까지 꼼꼼하게 살핀 후 곰들을 돌봄 시설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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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보호시설에서 적응 중인 구조된 곰. 카라 제공
임시 보호시설에서 적응 중인 구조된 곰. 카라 제공
구조된 사육곰 두 마리는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곰숲’이라 불리는 작은 방사장에서 새로운 삶을 살 예정이다.

두 단체는 구조된 곰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비용을 모금하고 있으며, 추후 구조된 곰들의 이름도 공모할 예정이다.

● 사라진 사육시설…“나무 심고 정원으로 가꿀 것”
80세가 넘은 농장주는 곰 사육 시설이 있던 자리에 나무를 심고 정원으로 가꾸겠다고 밝혔다.

철거 현장을 찾은 활동가들은 건물의 잔해에 헌화하며 철창 안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곰들의 넋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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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되는 사육장. 카라 제공
철거 되는 사육장. 카라 제공
단체는 전국에 남아있는 300여마리의 곰들을 구조하기 위해선 곰을 보호할 수 있는 ‘생츄어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츄어리란 ‘안식처’, ‘피난처’라는 뜻을 가진 어원으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동물에게 평생 안전과 복지를 제공하는 보호시설이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정부가 마련하려는 시설들은 동물원처럼 관광 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곰의 습성을 최대한 반영해 보호하는 민간시설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대표는 “베트남, 라오스 등 모범적인 해외 사육곰 생츄어리 사례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설이 가능하도록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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