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욱일기’ 슬그머니 철거 …시민 공분·현관 앞엔 오물 세례

‘현충일 욱일기’ 슬그머니 철거 …시민 공분·현관 앞엔 오물 세례

이창언 기자
이창언 기자
입력 2024-06-07 09:17
수정 2024-06-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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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밤에 철거한 것으로 알려져
‘민관합동 사기극’ 현수막만 그대로
해당 주민 현관 앞 오물·비판 글 가득
경찰 등 옥외광고법 외반 여부 검토

현충일 날 욱일기를 내걸며 뭇매를 맞았던 부산 한 아파트 주민이 결국 욱일기를 슬그머니 내렸다.

7일 부산 수영구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창문 밖에 내걸렸던 욱일기는 전날 밤늦게 철거됐다.

현재는 욱일기 두 개 사이에 걸려 있던 ‘민관합동 사기극’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만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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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인 6일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인 욱일기가 걸려있다. 서울신문DB
현충일인 6일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인 욱일기가 걸려있다. 서울신문DB
전날 이 주민이 창밖으로 욱일기를 내건 사실이 언론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해당 주민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과 지자체까지 나서 해당 집을 찾아가 욱일기를 내리라고 설득하려 했지만, 해당 집 앞에는 ‘여행 가서 아무도 없다’는 내용의 종이만 붙어 있고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민 행동이 네티즌 공분을 불러오면서 신상 털기도 잇따랐다.

주민 이름은 물론이고,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과 호실, 의사인 직업까지 공개가 됐다. 이 과정에서 동명이인인 의사로 처음에 소문이 잘못 퍼지면서, 해당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동명이인으로 피해를 본 의사의 지인은 SNS에 “공교롭게도 제 지인이 이름과 직업까지 같아 당사자로 오해받고 신상이 털리고 있다”면서 “부산 욱일기 마녀 사장을 멈춰주세요”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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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이었던 지난 6일 욱일기를 내걸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집 현관에 해당 주민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현충일이었던 지난 6일 욱일기를 내걸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집 현관에 해당 주민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해당 주민의 현관 앞도 오물과 비난 글로 뒤덮였다.

현관에는 음식물로 추정되는 오물이 묻어있고, ‘나잇값도 못 한다’, ‘토착 왜구’ 등이 써진 글이 현관에 도배가 된 사진도 공개됐다.

이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와 법적 갈등을 빚는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이런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헌절, 광복절에도 욱일기를 게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현재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옥외물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 주민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부산 시민 김모(40)씨는 “지자체에 불만이 있더라도 이렇게 비틀린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면서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에 전범기를 건 것은 한참 선을 넘었고, 법적으로 제재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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