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선거개입 논란 피하려 신속 기소… 법무부와 긴장관계 계속될 듯

檢, 선거개입 논란 피하려 신속 기소… 법무부와 긴장관계 계속될 듯

김헌주 기자
입력 2020-01-29 21:58
수정 2020-01-3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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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수사·선거개입 무더기 기소 배경

수사 지휘부 모두 참석 90분간 의견 피력
尹총장 “증거, 법리에 비춰 기소 근거 충분”
李지검장만 靑 인사 기소 반대 취지 발언
수사팀에 ‘공소장 접수 말라’ 지시는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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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검찰이 29일 송철호(71) 울산시장과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에 연루된 13명을 무더기 기소한 것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혐의가 입증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음달 3일로 수사팀 지휘부가 대거 바뀌는 데다 4월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검찰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신속한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배경도 있었다.

같은 날 유재수(56·구속 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서 백 전 비서관과 박형철(52)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된 모양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강욱(52)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전직 청와대 인사 등에 대한 기소에 반대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기소 자체를 막진 않아 검찰 신구 수뇌부 간 표면적인 갈등 상황도 일단락됐다. 다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 비서관 기소에 이어 사건 처리 과정을 두고 감찰권을 행사할 여지가 있어 검찰과 법무부 간 긴장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秋장관이 새로 임명한 대검 간부도 ‘기소’ 동조

검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윤 총장 주재로 대검찰청에서 열린 주례보고에서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 기소를 놓고 참석자들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윤 총장, 구본선 차장, 배용원 공공수사부장 등 대검 지휘부와 함께 이 지검장,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등이 참석했다. 추 장관이 최 비서관 기소에 대해 “날치기 기소”라고 비난하며 관련 수사팀에 대한 감찰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청와대 관계자들 기소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진 점을 의식해 윤 총장이 수사 관련 지휘부를 모두 불러 의견을 충분히 밝히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에서 윤 총장과 수사팀은 “증거, 법리에 비춰 볼 때 기소 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지검장만 유일하게 반대 취지의 입장을 냈다. 구 차장과 배 부장 등 추 장관이 새로 앉힌 대검 간부들도 윤 총장과 수사팀의 기소 의견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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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신문 DB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신문 DB
이 지검장은 황운하(58) 전 울산경찰청장과 이광철(49)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 후 사법처리를 하고, 대검 ‘전문수사자문단’에 이 사안을 올리자고 했다. 법무부가 전날 중요사건을 처리할 때 내·외부 기구를 활용해 다양한 의견을 들으라고 한 것을 반영한 주장이다.

자문단은 대검과 일선 수사팀의 이견이 있을 때 검사 또는 전문가 의견을 듣는 제도다. 하지만 회의에서는 윤 총장과 수사팀 사이에 이견이 없기 때문에 전문수사자문단 부의는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또 윤 총장이 매일 수사 보고를 받고 지휘를 했고 사안이 복잡해 수사심의위원회에 넘기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사건 수사심의위에 부의 논의… 부적합 결론

이날 재판에 넘겨진 황 전 청장에 대해서도 외부에 자신의 입장을 피력해 왔고, 수차례 소환 통보에도 불응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소환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게 윤 총장과 수사팀의 일치된 의견이다. 결국 이 지검장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회의록에도 이 지검장의 의견은 ‘이견’으로 기재됐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이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할 때에도 “공소장을 접수하지 말라”는 별도 지시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 장관이 최 비서관 기소에 이어 이번에도 절차나 내용을 문제 삼으며 윤 총장을 압박하는 등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20-01-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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