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브런치] 원인 모를 설사, 혹시 코로나19 감염?

[사이언스 브런치] 원인 모를 설사, 혹시 코로나19 감염?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5-04 18:20
업데이트 2020-05-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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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연구진 코로나19 바이러스 장세포 감염 확인

코로나19 바이러스 장에서도 잘 생존
코로나19 바이러스 장에서도 잘 생존

네덜란드 과학자들이 코로나19를 유발시키는 SARS-CoV-2 바이러스(검은색)가 장세포의 끝에 붙어 생존해 증식하는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모습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 제공
무증상 감염자들 바이러스가 호흡기보다 장에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 추정

호흡기 검사 뿐만 아니라 대변샘플 등 장검사도 필요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면서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낮기온이 30도를 넘는 때이른 무더위가 시작됐다. 올 여름은 역대 가장 더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걱정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워지면 활동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장 질환자들도 늘기 마련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세포를 감염시켜 증식하면서 설사증상을 포함한 일반 장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의료센터 바이러스과, 왕립예술과학아카데미 휘브레흐트연구소, 마스트리흐트대 다중모델 분자영상연구소, 위트레흐트대 의료센터 암연구소 분자의학센터, 하트윅 의학재단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가 장세포를 쉽게 감염시키고 증식할 수 있다고 4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1일자)에 실렸다.

코로나19 감염자들은 기침, 재채기, 호흡곤란, 발열 등 호흡기와 관련된 증상을 보이며 주로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나오는 침방울(비말)을 통해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환자의 3분의 1은 설사증상을 포함한 장 이상증세도 갖고 있으며 실제로 대변샘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영유아들이 어른들에 비해 증상이 가볍게 지나는 이유는 호흡기보다는 바이러스가 장에 모여있기 때문이라는 분석결과도 있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 세포를 직접 감염시킬 수 있는지와 호흡기가 아닌 장에서 증식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람의 장과 똑같은 오가노이드라는 미니 장기를 만들어 실험을 실시했다. 체외에서 사람의 장 세포를 배양해 바이러스 감염 시험을 하고 이에 대한 세포 반응을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할 때 숙주 세포의 ACE2 단백질과 결합하는데 연구팀에 따르면 장 안쪽에 ACE2 수용체가 다수 존재하고 있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하고 증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오가노이드에 바이러스를 주입했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빠르게 장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서 증식하고 장염에 걸렸을 때와 비슷한 상태로 장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호흡기보다 장에서 더 오래 생존
코로나19 바이러스 호흡기보다 장에서 더 오래 생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 뿐만 아니라 소화기도 감염시키는 것이 밝혀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소화기에서 증식됐을 때는 장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란색은 일반 장세포, 흰색으로 둘러싸인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장세포의 모습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 제공
연구팀은 기침이나 발열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들은 바이러스가 호흡기가 아닌 소화기에 주로 침투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잠재적 감염자까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존 검사방법에 장 검사나 대변샘플 검사를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휘브레흐트연구소의 한스 클레버스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위장관 세포에서 증식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장 속에 존재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염에도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 조사가 필요하지만 장에 이상증상을 보이거나 코로나19 완치판정 이후에도 장에 문제가 있을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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