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묻는다… 지구를 어쩔 셈인가

인간에게 묻는다… 지구를 어쩔 셈인가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12-23 20:38
업데이트 2020-12-2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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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립연구소, 195년 전통 크리스마스 과학강연
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등도 강연자로 참여
올해는 195년 사상 첫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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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6년 ‘전자기학의 아버지’ 마이클 패러데이가 영국 왕립연구소(RI)에서 ‘인력’에 관한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영국 왕립연구소(RI) 제공
1856년 ‘전자기학의 아버지’ 마이클 패러데이가 영국 왕립연구소(RI)에서 ‘인력’에 관한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영국 왕립연구소(RI) 제공
“강연을 끝내며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본 양초는 주위 환경과 조화롭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을 태워 빛을 냅니다. 여러분들도 양초처럼 주변과 잘 어울려 살며 이웃을 위해 밝은 빛을 주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양초 불꽃 같은 아름다움으로 인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바쳐 주길 바랍니다.”

1860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69세의 노신사가 영국 왕세자와 어린이들 앞에서 ‘양초의 화학사’라는 주제로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을 마치며 당부한 말이다. 노신사는 ‘전자기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실험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 영국 왕립연구소(RI) 풀러화학석좌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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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5년 시작된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은 올해로 19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대중과학 프로그램이다.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195년 역사상 처음으로 청중 없는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구라는 행성의 사용자 안내서’라는 제목으로 올해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에 나서는 헬렌 처스크(왼쪽부터) 박사, 크리스 잭슨 교수, 타라 샤인 박사. 영국 왕립연구소(RI) 제공
1825년 시작된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은 올해로 19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대중과학 프로그램이다.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195년 역사상 처음으로 청중 없는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구라는 행성의 사용자 안내서’라는 제목으로 올해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에 나서는 헬렌 처스크(왼쪽부터) 박사, 크리스 잭슨 교수, 타라 샤인 박사.
영국 왕립연구소(RI) 제공
●1825년 밀링턴 교수 첫 강연, 패러데이는 19회

영국 왕립연구소는 산업혁명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일반인들에게 최신 연구 성과를 알려 주고자 1800년부터 대중 강연을 시작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오는 사람이 늘면서 1825년부터는 ‘아이들에게 과학 강연을 선물해 꿈과 희망을 주자’는 취지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청소년과 대중을 위한 과학 강연으로 방향을 바꿨다. 바로 195년 전통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의 시작이다.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첫해인 1825년에는 존 밀링턴 왕립연구소 교수가 동역학, 광학, 전자기학 등을 내용으로 한 물리학 강연을 했다.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을 제안했던 패러데이는 1827년을 시작으로 1860년까지 19번이나 강연자로 나섰다. 이 중 6번을 양초 하나로 화학의 기초인 물질의 특성과 상호작용에 대해 아이들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등 역대 최고 강연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패러데이는 양초에 불을 붙일 때 생기는 불꽃 종류와 밝기, 구조를 보여 주고 수소와 산소의 성질, 공기와 연소의 관계, 양초가 타면서 만드는 액체와 이산화탄소의 화학적 특성, 생물체 내 호흡에 대해 설명했다. 여섯 번의 강연은 ‘촛불의 과학’이라는 책으로 엮여 지금까지도 과학자를 꿈꾸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읽히면서 화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리튬이온전지 개발과 상용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요시노 아키라 일본 아사히카세이 명예 펠로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권해 준 ‘촛불의 과학’을 읽고 과학에 관심을 두고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밝히면서 일본 전국 서점에서 동이 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세기 들어 TV가 보급되면서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은 더 많은 사람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 됐다. 1936년 조프리 잉그램 테일러경의 ‘배’에 관한 강연은 15분짜리 TV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는데 세계 최초의 TV 과학다큐멘터리로 기록됐다. 1966년부터는 영국 공영방송 BBC가 크리스마스 강연을 바탕으로 ‘이상한 나라의 과학자들’이라는 과학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해 매년 강연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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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진화학자 에오이프 맥라이사흐트 아일랜드 더블린대 교수와 함께 2018년 강연자로 나선 생물인류학자 앨리스 로버츠 영국 버밍엄대 교수가 강연 중 불을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다. 영국 왕립연구소(RI) 제공
분자진화학자 에오이프 맥라이사흐트 아일랜드 더블린대 교수와 함께 2018년 강연자로 나선 생물인류학자 앨리스 로버츠 영국 버밍엄대 교수가 강연 중 불을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다.
영국 왕립연구소(RI) 제공
●20세기 중반부터는 외부 연구자도 강연 나서

20세기 중반부터는 왕립연구소 소속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자들도 강연자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강연자는 ‘코스모스’로 잘 알려진 천문학자 칼 세이건 박사,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금세기 대표적 진화학자인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 등이다.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왕립연구소는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을 예정하고 있다.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올해는 ‘지구라는 행성의 사용자 안내서’란 제목으로 지리학자이자 탐험가인 크리스 잭슨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 물리학자이자 해양학자인 헬렌 처스키 런던대 기계공학과 박사, 기후변화 전문가 타라 샤인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 박사가 강연자로 나선다. 이번 강연은 오는 28~30일 BBC4에서 3부작으로 방영된다.

이번 강연에선 수십억년 동안 생물체가 살기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지구라는 시스템을 인간이 어떻게 교란하고 있는지 알려 준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를 뒤흔드는 엄청난 지질학적 압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지질학적, 물리학적, 기후학적 측면에서 보여 준다. 강연에 나서는 과학자들은 인간에 의한 피해를 어떻게 복구하고 인류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도 알기 쉽게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1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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