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양보다 ‘건강하지 못한 식품’이 문제
정제 탄수화물 과한 섭취 ‘혈당 상승’ 불러
지방세포 에너지 비축·배고픔 느끼게 해
풍성한 명절 음식으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회포를 풀다 보면 과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 때문에 명절 연휴가 끝난 뒤 위장장애를 호소하거나 갑자기 늘어난 체중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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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추석은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지, 친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때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다 보면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명절 과식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풍성한 명절 음식으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회포를 풀다 보면 과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 때문에 명절 연휴가 끝난 뒤 위장장애를 호소하거나 갑자기 늘어난 체중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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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성인의 약 70%가 고도비만과 과체중 상태다. 이 때문에 미 농무부(USDA)에서 마련한 ‘미국인을 위한 식이지침 2020~2025’에 따르면 “체중 감량을 위해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고 신체활동을 통해 칼로리 소비를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 이외 각국 공중보건 당국은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이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비만율과 비만 관련 질병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실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에너지 소비보다 섭취가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에너지 균형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만은 음식의 양이 아닌 음식의 질 때문에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제 탄수화물로 된 음식을 자주 섭취하다 보면 체내 호르몬 분비와 신진대사를 교란시켜 지방이 더 쉽게 축적되고 계속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언스플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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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제시한 탄수화물·인슐린 모델에 따르면 비만은 혈당을 빠르게 높이는 정제 탄수화물의 과도한 섭취 탓에 유발된다. 정제 탄수화물은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시켜 체내 지방세포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도록 하고 근육이나 기타 신진대사 활성조직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줄이도록 신호를 보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뇌는 신체에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지 못하는 것으로 착각해 신진대사를 느리게 만들어 계속 지방세포에 에너지를 비축하고, 배고픔을 느끼게 해 탄수화물 중심의 섭취를 유도한다. 많이 먹어 살이 찌고 그로 인해 계속 먹게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음식의 섭취로 인해 신체에 에너지가 더 쉽게 축적되고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루드윅 하버드대 의대 교수(내분비학)는 “비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많은 나라들에서는 음식의 양보다는 건강하지 못한 식품들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1-09-16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