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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박,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캡틴 박,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입력 2011-02-01 00:00
업데이트 2011-02-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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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대표팀 은퇴 선언…“한국 축구와 나에게 최선”

떠날 때를 알고 물러나는 ‘캡틴’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축구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박지성은 3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날짜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기로 했음을 조심스럽게 밝힌다. 국가를 대표해 축구 선수로 활동하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며 자랑이었다.”면서 “아직 이른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결정이 한국 축구는 물론 나를 위해서도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일본과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A매치 100경기를 채워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박지성은 이로써 정들었던 대표팀을 떠났다. 박지성은 당장 오는 9일 벌어질 터키와의 평가전 명단에서 이미 은퇴를 선언한 이영표(34·알 힐랄)와 함께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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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캡틴
울지 마, 캡틴 박지성이 3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은퇴 기자회견 도중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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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황금시대 이끌어

박지성은 “팬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을 통해 축구 선수로서 많은 영광과 행복을 누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 한국 축구 팬은 박지성 때문에 행복했다. 2000년 4월 5일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1차 예선에서 조용히 A매치에 데뷔했던 박지성은 11년 동안 대표팀에 무한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 월드컵 등 중요한 경기마다 골을 터트리며 한국 축구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의 사상 첫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환상적인 결승골, 2006년 독일대회 프랑스전 동점골, 2010년 남아공대회 그리스전 쐐기골을 넣은 박지성은 월드컵 세 대회 연속골을 기록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가 됐다.

박지성은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프로축구선수로도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 박지성은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네덜란드를 거쳐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세계 최고의 클럽인 맨유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쳐 변방에 있던 한국 축구를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의 성공은 박주영(AS모나코),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등 수많은 후배들의 유럽 무대 진출에 신호탄이 됐다.

●부상 부담 털고 세대교체 위해 결단

한국 축구의 ‘아이콘’을 넘어 ‘아시아의 영웅’이 된 박지성도 두 차례에 걸친 오른 무릎 수술의 후유증을 언제까지 참을 수만은 없었다. 대표팀 차출에 따른 장기간 비행, 격렬한 경기 등 스트레스 요인이 많아지면 그의 오른 무릎에는 어김없이 물이 차올랐다. 그래도 태극마크를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러자 맨유 구단이 나서 “더 무리하면 선수 생명이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박지성은 “만약 (무릎) 부상이 없었다면 체력적인 부분에서 힘들다고 해도 대표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은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지동원(전남), 구자철(제주), 손흥민(함부르크) 등 어리지만 유능한 후배들의 경기력을 이번 아시안컵 경기를 함께 뛰며 직접 확인함으로써 홀가분한 마음으로 은퇴를 결심할 수 있었다.

그는 “21살 때,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세대교체를 통해 후배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다.”면서 “현재로선 다시 대표팀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 2014년 브라질월드컵 불참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한국 축구를 위한 헌신을 그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오늘 대한민국 대표팀이 뛰는 그라운드를 떠나겠지만 다른 방향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새롭게 도전하겠다.”면서 “설사 그 도전이 지금보다 더 힘들고 험한 여정을 가야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성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1-02-0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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