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자실 두산 “시작도 못 해보고…”

망연자실 두산 “시작도 못 해보고…”

입력 2012-01-10 00:00
수정 2012-01-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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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선수 사망 소식에 구단 분위기 침통

두산 베어스의 선수 이모(23)씨가 프로야구 신인 선수 교육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일은 소속팀의 새해 시무식이 열린 날이다.

두산은 이날 오후 홈 구장인 잠실야구장에서 2012년도 시무식을 했다.

이 씨도 1박2일 일정의 신인선수 교육이 끝나는 대로 시무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미 사고 소식을 접한 김승영 두산 사장은 시무식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김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두산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이 있는 구단”이라면서 “선수들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부상 없이 좋은 성적을 내 달라”고만 당부했다.

이어 사정을 모르고 있던 김진욱 감독이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선수들도 믿음으로 보답해 달라”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팀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선수가 되자”고 밝혔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임재철이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어서 팀이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구단 측은 김진욱 감독에게 시무식이 끝나고 나서야 비보를 전했다.

김 감독은 시무식 후 포토타임 행사에서 임재철과 악수도 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경황이 없어 뜻대로 하지 못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어젯밤에 악몽을 꿨다. 무슨 이런 꿈이 있나 했는데…”라면서 선수단이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다.

시무식 후 따로 미팅을 한 선수들은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교육리그에 가서 내 눈으로 직접 봤고 마무리캠프에서도 지켜봤다. 우리가 이기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가 컸고,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선수였다”고 이 씨를 떠올렸다.

숨진 이 씨는 대학 대회에서 도루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발이 빠른 선수로,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도 데려갈 생각이었다.

김 감독은 “프로에 지명되면서 나름대로 큰 꿈을 가졌을 텐데 시작도 해보기 전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당장 내일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이제는 남은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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