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돋보기] 발길질당한 인천 마스코트 ‘유티’가 묻습니다

[스포츠 돋보기] 발길질당한 인천 마스코트 ‘유티’가 묻습니다

입력 2012-03-26 00:00
수정 2012-03-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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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치자는 얘기죠?

마스코트 ‘유티’는 인천의 시즌 첫 승(2-1)에 한껏 들떠 보였다. ‘단두대 매치’에서 고개를 떨군 대전 선수들이 원정 응원석 앞에서 인사할 때였다. 유티는 자전거를 타고 와 도발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제 그만 집으로 가라는 손짓이었다. 그때, 그러지 않아도 속이 쓰라렸던 대전팬 두 명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유티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했다. 보안요원과 대전 선수들이 말렸지만 폭행은 이어졌다. 지난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일어난 낯 뜨거운 사건이다.

●일부 관중 그라운드 난입해 주먹질

그게 발단이 됐다. 인천 서포터들이 원정 응원석으로 몰려들며 싸움이 더 크게 번졌다. 유피는 두루미 탈을 벗고 “오늘이 처음이라 분위기를 몰랐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인천 마스코트 폭행’과 ‘대전 서포터스’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K리그 팬들의 소양을 질타하는 글들도 인터넷을 달궜다.

●몰지각한 팬 때문에 선진 경기장 빛바래

이렇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일단 관중석과 그라운드가 너무 가깝다는 게 문제다. 유럽의 축구 선진국처럼 선수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경기장이 폭력을 부른 셈이 됐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그라운드에 뛰어들 수 있다.

이날 경기 중에도 한 팬이 난입해 경기가 중단됐다. 소수의 팬들은 이런 훌륭한 하드웨어를 누릴 만한 의식을 갖추지 못했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인천 구단·경찰 대응도 미숙

인천 구단의 미숙한 대처도 아쉽다. 보안요원들은 흥분한 관중을 통제하기에 숫자도, 노하우도 턱없이 부족했다. 개막전 때 인간띠를 둘러줬던 경찰은 이번엔 발을 뺐다.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미 일이 크게 벌어진 뒤였다. 프로축구연맹 규정상 경기장 운영 및 군중통제 책임은 구단에 있다. ‘철조망 설치’ 의견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형사처벌 여부나 안전 대책에 대해 인천 구단은 “아직 결론은 없다. 보고서가 프로연맹에 전달되는 26일 구체적인 대처 사항이 나올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K리그의 희망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성숙한 의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03-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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