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연기? 무관중?… 앞이 안 보이는 도쿄올림픽

취소? 연기? 무관중?… 앞이 안 보이는 도쿄올림픽

최병규 기자
입력 2020-03-15 22:34
업데이트 2020-03-16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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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올림픽 예정대로 개최” 진화에도
코로나, 전 세계 확산되자 개막 ‘먹구름’
日언론 “사태 계속된다면 무관중 가능성”
트럼프 언급 이후 1년 연기론도 급부상
일본 국민 45% “7월 정상개최 못 할 것”
그리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있는 성화대
그리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있는 성화대 15일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 내에 게양된 일본 국기, 올림픽기, 그리스 국기 옆에 작은 성화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은 근대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다. 지난 12일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도쿄올림픽 성화는 일주일간 그리스 전역 3200㎞를 돌다 파르테논 신전 옆에 설치된 성화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오는 19일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에 넘겨질 예정이었다. 성화 봉송 릴레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무관중 방침을 세웠으나 인파가 몰려 시작 하루 만에 중단됐다. 성화 인수식은 예정대로 열린다. 단 무관중이다.
아테네 로이터 연합뉴스
연기, 축소, 아니면 ‘무관중 경기’? 정답은 뭘까. 그리스 현지 성화 봉송이 하루 만에 전격 중단되면서 시작부터 어그러진 도쿄올림픽의 개막 행보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2주 전부터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정상 개막에 물음표가 찍혔던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분위기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포되면서 참가 예정 선수들의 대회 불참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규모가 가장 큰 미국선수단의 정상 참가도 함부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부분 국가도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국가 간 왕래는 뚝 끊겼다.

3조엔(약 34조원)을 들여 7월 올림픽 개막을 준비해 온 일본의 머리는 복잡하다. 일단 ‘선수 없는 올림픽’은 상상조차 힘들다. 그러나 6월 말까지 상황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상상하기 싫어도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일본 야마노미용예술단기대학의 감염병 특화 초빙교수인 나카하라 히데오미는 “일본 내에서 5월 말까지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팬데믹으로 접어든 이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늦어도 6월까진 완전히 진정돼야 올림픽을 열 수 있다”고 전망했다.

6월까지 코로나 사태가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대안은 무엇일까.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4일 와세다대학 스포츠과학부의 하라다 무네히코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미 3조엔을 투자한 상황에서 연기나 취소보다는 대회 조직위가 무관중 경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라다 교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대회 조직위가 신체 접촉이 많은 유도나 레슬링을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하면 올림픽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선수나 관중이 없는 올림픽’보다는 차라리 연기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기 하루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사견을 전제로 ‘올림픽 1년 연기’를 제안했다. 진화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 오는 26일 후쿠시마에서 시작될 일본 내 성화 봉송 현장에 직접 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니시닛폰신문은 지난 13일 일본 총리실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총리실이 모든 사태에 대비해 물밑에서 극비리에 도쿄올림픽 연기 여부를 검토하고, 무산됐을 경우 손실을 추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7월에 정상 개최하는 게 가능할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본 국민의 45%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고,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 호치는 13일부터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00명 가운데 연기 또는 중단하자는 여론이 전체 81%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03-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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