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승부 조작에 연루된 인사를 대거 사면 조치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사면 조치를 철회한 가운데 당초 사면 대상에 금전 비리와 심판·선수에 대한 폭력, 실기시험 테스트 부정 행위로 제명되거나 무기한 자격 정지된 인사들까지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축구협회로부터 ‘사면 대상자 목록’을 제출받아 공개했다. 앞서 축구협회는 지난달 28일 100명을 사면하며 2011년 승부 조작 사건으로 제명된 50명 중 죄질이 중한 2명을 제외한 48명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을 뿐 나머지 구체적인 내용은 ‘2차 가해’가 우려된다며 함구했다. 축구계 안팎에서 거센 비난이 일자 축구협회는 사흘 만에 사면 조치를 철회했으나 이후 정몽규 회장을 제외한 이사회 임원 28명이 일괄 사퇴하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하 의원이 이날 공개한 목록을 보면 사면 대상 이름은 비실명 처리됐지만 징계 사유와 징계 결정 연도, 징계 내용 등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제명된 48명 외에 나머지 52명의 징계 사유는 금전 비리 등, 선수·심판에 대한 폭력, 실기테스트 부정행위 등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났다.

금전 비리 등으로 24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8명이 제명, 14명이 무기한 자격 정지였다. 선수·심판에 대한 폭력과 관련해서는 12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이중 5명은 제명 조치됐다. 실기테스트 부정행위와 관련해서는 4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모두 제명됐다. 나머지는 최대 7년에서 최소 6개월의 자격 정지, 최대 3년에서 최소 6개월의 출정 정지의 징계가 내려졌다.

부정 선수 출전, 대회 또는 경기 출전 포기, 시설 및 기물 파괴, 폭언·모욕·위협 행위, 기타 규정 및 지시사항 위반 등의 기타 징계 사유로 12명(팀 포함)이 징계됐다.

징계 시기를 보면 2020년 1명, 2021년 5명(팀 포함), 2022년 10명(팀 포함) 등 징계를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하태경 의원은 “금전 비리로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8명은 당시 축구협회 내·외부에서 일어난 비리 사건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며 “지난해 처분을 받아 징계 기간이 1년도 안 되는 8명도 사면이 적용되는 등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 등 징계의 목적과 효과를 채 확인할 시간도 없이 협회가 무차별적인 사면을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습 사면 사태’를 통해 축구협회가 얼마나 폐쇄적인 환경에서 방만한 운영을 해왔는지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앞으로 축협은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