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만에 체조 金맥 캔 조성동 감독

삼수 만에 체조 金맥 캔 조성동 감독

입력 2012-08-07 00:00
수정 2012-08-0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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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옥렬·유홍철로 맺힌 恨, 양학선이 풀어

한국 체조가 도마로 올림픽 금메달에 근접했던 때가 두 번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출전한 유옥렬(39·현 대표팀 코치)과 여홍철(41·경희대 교수)이 체조인들의 염원을 현실로 바꿔 줄 인물이었다.

두 선수는 당대 최고의 도마 달인이었다.

유옥렬은 1991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도마에서 우승하며 사상 첫 한국인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1992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고 한국 체조의 위상을 높였다.

여홍철은 기술에서 세계를 압도했다.

1993년 옆으로 굴러 구름판을 밟은 뒤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돌고 착지하는 ‘여 1’이라는 기술을 선보였고 이듬해에는 질풍같이 쇄도, 구름판을 정면으로 밟은 뒤 두 바퀴 반을 돈 뒤 착지, 공중에서만 900도를 도는 ‘여 2’라는 신기술로 발전시켰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이들이었지만 정작 올림픽에서는 태극기를 시상대 꼭대기에 올리지 못했다.

유옥렬은 올림픽에서 비장의 신무기를 선보인 비탈리 셰르보(독립국가연합)에게 밀려 아쉽게 동메달에 머물렀다.

점프력과 공중회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여홍철은 착지 때 세 발자국만 물러나도 금메달을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정작 결승에서 하체가 무너지면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恨) 맺힌 순간 두 선수 옆에는 조성동(65) 현 대표팀 총감독이 있었다.

40대 젊은 지도자로 대표팀에서 두 선수를 지도한 그는 두 번 모두 금메달을 확신했으나 그때마다 불운을 탓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후 서울체고로 돌아가 후학을 양성하던 조 감독은 2010년 대한체조협회의 부름을 받고 ‘구원투수’로 다시 태릉선수촌에 들어왔다.

협회와 체조인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려면 대표 선수를 강하게 키울 베테랑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 20년 이상 태릉에서 머물렀던 ‘올드보이’ 조 감독에게 SOS를 쳤다.

조 감독도 배수진을 치고 서울체고에 사표를 던진 뒤 15년 만에 태릉선수촌으로 돌아왔다.

협회가 금메달 전략 종목을 평행봉에서 도마로 선회하면서 조 감독은 도마 유망주를 발굴했고, 광주체고 2학년이던 양학선을 그해 말 성인 대표팀에 발탁하고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육성했다.

고교 시절부터 도마에서 두각을 나타낸 양학선은 ‘너무 일찍 기량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조 감독의 전략에 따라 자신의 비기를 서서히 공개했다.

2010년 처음으로 참가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도마 4위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양학선은 곧바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에서 적수를 찾지 못한 양학선은 난도 7.4점짜리 ‘양학선’을 앞세워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시상대를 점령하며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세계에 두터운 인맥을 자랑하는 조 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지난 5월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를 참관하면서 양학선의 경쟁자들의 전력을 면밀히 분석했다.

이후 태릉선수촌에서 혹독한 훈련으로 양학선을 다그쳤고, 일정 기간마다 실전을 방불케하는 평가전을 통해 양학선을 단련시켰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는 것을 빼곤 태릉에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한 조 감독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 지도자 인생 최고의 순간을 런던에서 맞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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