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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매 맞아도 그녀는 밟는다… 금지된 페달을

돌팔매 맞아도 그녀는 밟는다… 금지된 페달을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7-29 22:26
업데이트 2021-07-3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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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꼴찌’ 난민팀 선수 마소마

여성 자전거 운전 금지한 아프간 출신
과일·돌 맞으며 훈련… 프랑스 망명
사이클 25명 중 24위와 9분 차 25위
자유 억압된 국가 여성들에게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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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올림픽 난민대표팀 소속 아프가니스탄 출신 사이클 선수인 마소마 알리 자다가 지난 28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서 열린 사이클 여자 개인전 도로 사이클 22.1㎞ 부문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이날 그는 참가선수 25명 중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즈오카 AP 연합뉴스
사상 첫 올림픽 난민대표팀 소속 아프가니스탄 출신 사이클 선수인 마소마 알리 자다가 지난 28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서 열린 사이클 여자 개인전 도로 사이클 22.1㎞ 부문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이날 그는 참가선수 25명 중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즈오카 AP 연합뉴스
모든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였지만 밝게 웃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꼴찌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금지한 나라 출신의 선수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아름다운 꼴찌’의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프랑스로 망명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결성된 난민대표팀 소속 여성 사이클 선수 마소마 알리 지다(25)이다. 마소마는 지난 28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사이클 여자 개인전 도로 22.1㎞ 부문에 참가해 25명 중 25위로 골인했다.

1위인 네덜란드의 아미네크 반 블뢰텐(39)과는 14분 차이, 24위와도 9분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꼴찌였다. 그렇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마소마의 모습은 조국을 떠나 세계 곳곳을 떠도는 난민들과 자유가 억압된 국가의 여성들에게 희망을 줬다.

1996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마소마는 탈레반을 피해 이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면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간 마소마는 10대 때 사이클을 처음 접하고 다른 여성들과 사이클 팀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린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금기시됐기 때문에 마소마가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날 때 돌맹이나 과일이 날아들기도 했다. 미군이 떠나고 다시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자전거 타기는 목숨을 내놓는 일과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소수민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탄압을 피해 2016년 19세의 나이로 가족과 함께 고국을 두 번째로 떠나게 됐다.

마소마와 그의 가족 이야기는 프랑스 한 방송에서 ‘카불의 작은 여왕’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방영됐다. 다큐멘터리를 본 한 프랑스 변호사의 도움으로 마소마와 가족들은 2017년 프랑스 망명이 허용됐고 마소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난민운동선수 장학금 덕분에 대학까지 마칠 수 있게 됐다.

마소마는 올림픽 사이클 대회가 끝난 직후 BBC스포츠와 인터뷰에서 “8200만 난민을 대표해 올림픽에서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며 “생애 첫 도로 독주경기에 참가한 것이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으며 이번 대회참가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여성이 자전거 타는 것을 금지한 국가들의 여성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싶다”라고 말했다.

마소마와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아프가니스탄 사이클링연맹의 자흘라 사르마트 부이사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이클 선수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봐왔다”라며 “난민팀 선수로 출전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많은 아프간 여성들에게 감동을 줬다”라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1-07-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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