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또 만났군… 벤치서 끝장보자

24년만에 또 만났군… 벤치서 끝장보자

입력 2010-06-17 00:00
업데이트 2010-06-1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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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4년 전 발길질은 잊혀지지 않았다. 1986년 6월2일이었다. 멕시코시티 올림피코 스타디움. 6만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었다. 당시 대표팀의 허정무는 디에고 마라도나를 밀착 마크했다. 세계 최고 공격수였다. 정상적으론 막기 힘들었다. 자존심 강한 허정무는 거칠게 몰아붙였다. 당시 공을 차려다 마라도나를 걷어찬 장면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태권축구 전설의 시작이었다.

한국은 1-3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마라도나는 한 골도 못 넣었다. 최근 허 감독은 “아르헨티나와 우리 전력 차가 너무 커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최소한 마라도나에게 골을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임무는 완수했다는 얘기다. 지지 않았다는 자부심이다.

24년 만에 그런 둘이 다시 만난다. 이번에는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 싸움이다. 둘은 당시를 떠올리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마라도나 감독은 “허 감독을 잘 기억하고 있다. 당시 그들은 우리와 축구를 했다기보단 태권도를 했다.”고 비꼬았다. 허 감독은 “마라도나는 아직 어린 티를 못 벗은 것 같다. 문제가 있었다면 주심이 반칙을 선언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여전히 아르헨티나는 강팀이다. 한국은 이제 갓 축구 변방에서 벗어났다. 객관적인 전력으론 상대가 안 된다. 그래도 벤치 경력에선 뒤질 게 없다.

둘은 남아공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허 감독이 이끈 한국은 아시아지역 예선을 무패로 통과했다. 7회 연속 본선 진출 기록을 세웠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해 허 감독을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했다.

반면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는 남미 예선 막판까지 본선 진출을 확정 짓지 못했다. 예선 최종전에서 페루를 꺾고 4위에 올라 가까스로 본선 직행 막차를 탔다. 마라도나는 “세계 최고 선수들로 최악의 팀을 만들었다.”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허 감독은 본선에서도 시작이 좋다. 한국은 그리스에 2-0 완승을 거뒀다. 전 세계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쾌승이었다. 아르헨티나도 나이지리아에 1-0 승리를 거뒀지만 세계최강 공격력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

17일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맞붙는다. 마라도나는 나이지리아와 1차전 직후 단 한 번도 한국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상대를 기죽이려는 전략일 수도, 오만함의 표현일 수도 있다.

허 감독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것”이라고 했다. 결국 승부는 갈리게 마련이다. 이번 대결에선 누가 웃을까. 조별리그 2차전 최대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06-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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