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정열처럼 다시 일어서자”

“록의 정열처럼 다시 일어서자”

입력 2010-06-19 00:00
업데이트 2010-06-19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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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 오! 대한민국 오~ 한국.’

월드컵 기간 내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고 흥얼거렸을 이 노래, ‘승리의 함성’이다. 록그룹 트랜스픽션은 17일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아르헨티나에 패했을 때도 서울 코엑스 앞 대로(大路)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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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 사옥 앞에서 만난 트랜스픽션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손동욱, 해랑, 천기, 전호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18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 사옥 앞에서 만난 트랜스픽션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손동욱, 해랑, 천기, 전호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록은 어딘지 모르게 축구와 많이 닮았다.”는 트랜스픽션 멤버들은 “지칠 줄 모르는 록처럼 다시 일어나라.”고 23명의 태극전사들에게 ‘승리의 함성’을 전했다. 그들 자신이 축구대표팀처럼 무명의 인디 록밴드에서 월드컵 공인밴드로 도약했기에 남다른 울림이 있는 격려 메시지였다.

“아르헨티나 경기 전반전이 끝난 뒤 공연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무대에 설 엄두가 안 났습니다. 두 골 뒤지는 것도 그랬지만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아르헨티나 쪽으로 기울어 있었잖아요. 하지만 이청용 선수가 하프타임 직전에 기적처럼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게 축구다 싶었지요. 최종 결과는 패배로 끝났지만 절대로 기죽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손동욱,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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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픽션은 변화된 시민의식에 오히려 더 놀랐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래도 잘 싸웠다. 다음에 이기면 되지 않느냐.”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는 것이다.

“확실히 월드컵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승부 자체에 많이 집착했지만 지금은 즐긴다는 느낌입니다. 우리 선수들도 지나간 경기는 빨리 잊어버리고 힘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노래가 힘이 된다면 더 좋고요.”(천기, 드럼)

1976년생 동갑내기들로 구성된 트랜스픽션은 ‘승리의 함성’이 축구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악마’ 공식 응원가로 선정되면서 ‘월드컵 공인밴드’, ‘국민 응원단장’ 등의 별칭을 얻게 됐지만 출발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홍익대 앞에서 각자 활동하다가 “인디음악에만 매몰되지 말고 록음악을 가요로 옮겨 보자.”는 데 의기투합해 2000년 결성된 트랜스픽션은 2002년 1집 성공 후 3~4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앞날이 보이지 않던 이들에게 기회는 마치 운명처럼 찾아왔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였다.

“축구 오락게임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영감을 얻어 ‘승리를 위하여’란 노래를 작곡했습니다. 독일월드컵에 원정 갔던 붉은악마 응원단이 자생적으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순식간에 퍼져 나갔습니다.”(전호진, 기타)

당시 원정 응원단이 이 곡을 선호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오오 오오오오~’ 하는 곡의 앞부분이 축구장에서 유독 잘 들리는 음역대여서 적은 수의 인원으로도 경기장 전체를 울리게 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승리의 함성’은 바로 ‘승리를 위하여’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2006년 광화문 길거리 응원 때 25만 관중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마치 외국 록페스티벌 무대에 선 것 같았어요. 젊음의 상징인 록은 정열적이고 활동적이며 에너지가 넘치죠.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일수록 재밌다는 점도 축구랑 똑같아요.”(해랑, 보컬)

이들은 한국 대표팀이 16강을 넘어 8강, 4강에 오를 때까지 목이 터져라 ‘승리의 함성’을 부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승리의 함성’을 더 잘 부를 수 있는 방법을.

“일단 앉지 말고 서야 합니다. 그리고 약간 흥분한 상태에서 부르세요. 요즘 유행하는 김연아나 황선홍 안무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지요.”(멤버 한목소리)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0-06-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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