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골 ‘축구천재’ 비운의 ‘라이언킹’ 이번엔…

자책골 ‘축구천재’ 비운의 ‘라이언킹’ 이번엔…

입력 2010-06-21 00:00
업데이트 2010-06-2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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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 때가 왔다

동병상련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박주영과 이동국. 둘 다 남아공월드컵 들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박주영은 지난 두 경기 제 역할을 못했다. 한 골도 못 넣었고 자책골만 기록했다. 공격수는 결국 골로 존재 이유를 말할 수밖에 없다. 이동국은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에 참가했다. 12년 만이다. “뛰는 것보다 잘 뛰는 게 중요하다.”고 했지만 현재는 단 9분 ‘뛰기’만 했을 뿐이다. 둘은 조별리그 마지막 나이지리아전 투톱 선발 출장이 유력하다. 둘 다 이제 월드컵 악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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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기?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9일 ‘결전의 땅’ 더반으로 떠나기 전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올림피아파크 스타디움에서 허정무 감독의 얘기를 둘러서서 경청하고 있다. 루스텐버그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무슨 얘기?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9일 ‘결전의 땅’ 더반으로 떠나기 전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올림피아파크 스타디움에서 허정무 감독의 얘기를 둘러서서 경청하고 있다.
루스텐버그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박주영 축구인생 가장 굴욕스러운 경험이었다. 최고의 무대·최강의 상대를 만나 자책골을 기록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고개를 들기 힘들었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이 끝난 뒤 내내 입을 닫았다. 동료들이 “네 잘못이 아니다.”고 위로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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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박주영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리고 3일 뒤. 박주영은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표정이 좋아졌다. 훈련 도중 동료들과 대화하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선배들에게 다가가 장난을 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원체 성격이 침착하다. 박주영의 어머니 김옥란씨는 “어릴 때부터 차분하고 똑 부러져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금세 극복해 왔다.”고 했다. 박주영도 “내 잘못은 인정한다. 그러나 심리적인 문제 같은 건 없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주영은 청소년대표 시절 나이지리아 황금멤버를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2005년 청소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났다. 0-1로 끌려가다 후반 종료 1분 전 오른발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그리고 3분 뒤 백지훈의 결승골로 2-1로 역전했다. 이번 대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상대진영에서 움직임이 좋았다. 이제는 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주영은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 골을 넣고 싶다.”고 했다.

이동국 월드컵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이지리아와 최종전. 축구인생 처음으로 월드컵 선발출전이 유력하다. 시험가동은 끝났다. 아르헨티나전에서 9분을 뛰었다. 염기훈-이동국 조합이 고려대상이 아니란 점을 생각하면 나이지리아전 박주영과 투톱 기용을 의미하는 메시지 전달이다. 별다른 활약은 못했지만 실전감각엔 이상이 없었다. 12년 만에 기회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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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이동국
오랜 세월 돌고 돌아 얻은 기회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당시 19살 신인이었다. 과감한 중거리슈팅과 헤딩슛을 선보였다. 미래가 밝아 보였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엔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번 대회 출전도 쉽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도전 실패 뒤 부진에 빠졌었다. 오랜 시간 이동국은 축구팬들에게 조롱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전북에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지만 허정무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이동국은 기존 스타일을 버려 가며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좋든 싫든 이동국의 마무리 능력은 한국 최고다. 허 감독은 “역습 뒤 한번에 골을 만들어줄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주영과의 호흡은 나쁘지 않다. 4년 전 아프리카팀 앙골라전에 투톱으로 나서 1-0으로 승리했다.이동국이 어시스트하고 박주영이 골을 넣었다. 지난해 9월엔 호주와 친선경기에 전반 45분 동안 투톱으로 나섰다. 역시 3-1 승리했다. 이제 12년 월드컵 한을 풀 때가 됐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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