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절반 탈락…남미 초강세

유럽 절반 탈락…남미 초강세

입력 2010-06-25 00:00
업데이트 2010-06-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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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첫’이라는 기록이 연일 탄생하고 있다.

 남아공이 주최국으로는 처음으로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고 직전 대회인 2006 독일월드컵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던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동반으로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는 첫 사례를 남겼다.

 한국과 일본은 ‘약속의 땅’ 남아공에서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궜고 슬로바키아 역시 1993년 체코와 분리된 뒤 처음으로 16강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변의 생긴 원인은 남미와 함께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을 형성해 온 유럽의 몰락이 결정적이다.

 심각한 내부 분열을 일으킨 프랑스의 조기 탈락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면 4차례나 정상을 밟은 이탈리아의 참담한 실패는 축구팬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유럽팀은 전체 32개국의 41%에 달하는 13개 나라였다.

 그 중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필두로 그리스(B조),슬로베니아(C조),세르비아(D조),덴마크(E조) 등 절반인 6개국이 집으로 돌아갔다.16강을 확정한 팀은 전통의 강호 잉글랜드,독일,네덜란드,슬로바키아 등 4팀뿐이다.

 G조의 포르투갈이 16강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가운데 26일 새벽 최종전을 치르는 또 다른 죽음의 조 H조에서는 결과에 따라 스페인과 스위스 중 한 나라가 우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C조와 D조의 톱시드를 받은 잉글랜드와 독일도 벼랑에 몰렸다가 겨우 2라운드 티켓을 거머쥐는 등 16강에 올라간 팀 중 그나마 기대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사한 팀은 3전 전승을 거둔 네덜란드뿐이다.

 역대 18차례 대회에서 똑같이 9번씩 우승을 양분한 유럽이 이렇게 몰락한 전례가 없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훑어봐도 유럽은 16강에 꼬박꼬박 9~10팀씩 진출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평균에 못 미치는 8팀에 그칠 가능성도 생겼다.

 유럽팀은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특유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승컵을 남미에 내줬지만 이번 대회처럼 조별리그부터 고전한 경우는 드물었다.

 유럽이 좀처럼 기를 못 편 이유로는 준비 부족과 선수 발굴보다 스타 스카우트에 혈안이 된 일부 빅클럽의 행태 등이 첫 손으로 꼽힌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북한에 0-1로 패했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야기했다는 혹독한 비난을 들은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은 25일(한국시간)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2006 독일 대회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뒤 2008년 유럽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남긴 로베르토 도나도니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다시 건네 받은 리피 감독은 “우승은 힘들다고 봤으나 최소한 이것(조별리그 탈락)보다는 잘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해 막연한 자신감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음을 실토했다.

 유럽 각 팀은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등 세계 최고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는 자부심으로 대회에 나섰지만 남미와 아시아 등 발전을 거듭하는 신흥강호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해 고전을 자초했다.

 독일의 ‘축구 황제’ 프란츠 베켄바워는 “유럽의 ‘빅 5’가 모두 실력이 퇴보했다”고 혹평했고 이탈리아축구협회 지안카를로 아베테 회장도 “각국 축구협회보다 입김이 센 유럽의 일부 클럽들이 자국 신인을 키우기보다 스타만 끌어모으는데 집중,대표팀을 망쳐놨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반면 2002 한일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세계의 조류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한국과 일본은 유럽의 부진을 틈 타 변방에서 중심으로 도약했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조의 그리스와 덴마크를 누르면서 16강 진출의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남미는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칠레 등 출전 5개국 모두 16강 진출을 눈앞에 둬 유럽과 대조를 이뤘다.

 26일 스페인과 마지막 경기를 앞둔 칠레(2승)를 비롯해 나머지 4팀 모두 해당 조에 속한 유럽팀에 한번도 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미 지역 예선과 코파 아메리카 대회 등을 통해 고지대에서 볼을 차는 노하우를 이미 터득했기에 고지 6군데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유독 강세를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남미팀들은 리오넬 메시와 곤살로 이과인(이상 아르헨티나),카카(브라질),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 등 세계 최고리그에서 간판 골잡이로 활약 중인 공격수가 많아 화려한 공격 추구를 펼친다는 유사점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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