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묵원(李默園)·강부자(姜富子)-축구선수 이회택(李會澤)
축구선수 이회택(李會澤·28·포항(浦項)종합제철◎현 포스코)과 인기「탤런트」인 강부자(姜富子·32·TBC)는 서로가 열렬한 「팬」. 따라서 강부자(姜富子)의 남편이며 역시 「탤런트」인 이묵원(李默園·35·TBC)과 이회택(李會澤)도 형님 동생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李)선수가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하기 시작한 66년부터 「팬」으로 맺어진 이들의 사이는 꽤 의가 두텁다.왼쪽부터 탤런트 이묵원·강부자와 축구선수 이회택
이회(李會)=형님, 오래간만입니다. 누님도 나오셨군요.
이묵(李默)=자넨 족보를 어떻게 따지길래 날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이 사람더러는 누님이라고 하나?
이회(李會)=그러면 뭐라고 불러요?
이묵(李默)=형수라든지가 아주머니라고 불러야지.
강(姜)=이 이두 참, 그거야 아무렇게나 부르면 어때요.
이회(李會)=그렇지요. 누님.(웃음)
이묵(李默)=그래, 그럼 자네 맘대로 해. 그런데 오늘은 연습 안하나?
이회(李會)=왜요. 지금 막 운동장에 가는 길인데 형님과 누님이 오신다고 해서 저두 달려온 게 아닙니까.
이묵(李默)=「팀」을 옮겼다면서?
이회(李會)=예. 포항(浦項) 종합제철「팀」이 새로 생기면서 저두 그 곳으로 옮겼어요.
강(姜)=그런데 어떻게 된 거예요?
이회(李會)=뭐요?
강(姜)=아니 어째서 이회택(李會澤)선수가 국가대표에 끼이지 못했느냐 말이에요?
이회(李會)=누님, 그 얘기만은 제발 하지 맙시다. 축구선수가 어디 국가대표가 돼야만 뛰는 건가요.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어요.
이묵(李默)=그건 그래. 회택(會澤)이 실력이야 세상이 다 인정하고 있으니까.
강(姜)=그렇지만 어디 그래요.
이회(李會)=괜찮아요. 사실은 나도 그 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경기 김포(金浦)에 계신 할머니한테 아직 세배도 못갔으니까요. 할머니가 너무 낙심하고 계실 것 같아서….
이묵(李默)=다 잊어버려. 세상에 불만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래도 아직 자네를 알아 주는 많은 「팬」이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껴야지.
이회(李會)=물론이지요. 더구나 이렇게 훌륭한 형님과 누님이 있는데… 든든합니다.
강(姜)=그러니까 앞으로도 선수생활은 계속할 생각이지요?
이회(李會)=글쎄, 그렇다니까요.
강(姜)=그럼 됐어요.
이회(李會)=형님은 요새 『두 나그네』와 『특명 7호』에 좋게 나오시더군요.
이묵(李默)=자네가 이젠 「텔레비전」을 다 보는 모양이군.
이회(李會)=언제는 안 봤나요. 적어도 형님과 누님이 나오는 「프로」는 대강 다 봤어요. 두분이 저한테 그렇게 잘 해 주시는데 저라고 두분한테 대한 관심이 적을 수가 있겠어요.
강(姜)=우리가 잘 해 준 게 뭐 있나요.
이회(李會)=이런 기회에 얘기하기는 좀 이상하지만, 재작년 9월인가요, 우리가 「뮌헨」대회 예선에서 「말레이시아」한테 졌을 때 말이에요.
이묵(李默)=그렇지, 그게 벌써 재작년이군.
이회(李會)=그때 두분이 경기가 끝난 뒤에 우리 숙소까지 찾아와서 위로해 줬지 않아요. 비를 죽죽 맞으면서 말이에요.
이묵(李默)=그래서….
이회(李會)=그때 선수들이 말은 안했지만 모두 울었어요. 두분이 들고 온 과일이나 빵이 고마와서가 아니고 모든 국민이 우리를 욕하고 원망할 때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해 준 사람은 형님과 누님 뿐이었기 때문이지요.
이묵(李默)=야, 슬퍼진다 야, 그런 말 이제 그만해.
강(姜)=아무튼 더 잘 해 주세요.
이회(李會)=예, 감사합니다.
<재(宰)>
[선데이서울 73년 3월 4일호 제6권 9호 통권 제 2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