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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생방송살해범 “난 인간화약통…조승희·흑인교회 난사서 영감”

美생방송살해범 “난 인간화약통…조승희·흑인교회 난사서 영감”

입력 2015-08-27 07:19
업데이트 2015-08-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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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2시간 뒤 방송국에 자살노트 보내 범죄명분 주장 ”직장서 인종·성차별 당했다”

미국 버지니아 주(州) 프랭클린 카운티에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생방송 기자 총격 사망 사건’의 범인인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이 작성한 ‘범행 선언문’ 격인 문건이 공개됐다.

플래내건이 범행 후 ABC방송에 직접 보낸 이 문건에는 백인 증오, 흑인교회에 총기를 난사한 백인 청년에 대한 분노, 과거 한인 대학생 조승희가 저지른 총기난사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 등이 기술돼 있었다.

범행이 일어난 지 2시간 정도 뒤에 팩스로 ABC방송에 보낸 23쪽짜리 이 문건의 제목은 ‘친구와 가족들에게 보내는 자살 노트’였다.

ABC방송은 플래내건이 몇 주 전에 전화를 걸어 팩스 번호를 물었다고 밝혀 범행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기획됐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플래내건은 팩스 문건에서 자기 이름을 WDBJ 방송사에서 기자로 일할 때 사용한 ‘브라이스 윌리엄스’라고 밝혔다.

문건 곳곳에서는 범행에 의미를 부여하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플래내건은 범행 동기로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가 지난 6월 17일 찰스턴의 유서깊은 흑인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을 사살한 사건을 들었다.

그는 “왜 그랬냐고? 찰스턴 총기난사가 6월 17일 발생했고 나는 6월 19일 총기구입을 위해 미리 돈을 냈다”라고 적었다.

그는 “나를 이 지경까지 몰아붙인 것은 교회 총격사건”이라면서 “총알에는 희생자들의 이름 약자가 새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ABC 방송은 총알에 새겨졌다는 희생자 이름 약자가 누구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플래내건은 딜런 루프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인종전쟁을 원한다고 했으니 한번 해보자”라며 백인들에게 극도의 혐오를 쏟아냈다.

그는 ‘여호와(하나님)’가 자신에게 계획을 행동에 옮기게 했다면서 범행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특히 플래내건은 2007년 버지니아텍에서 총기 난사로 32명을 살해한 증오범죄자 조승희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플래내건은 “조승희는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때)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보다 거의 2배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적었다.

ABC방송은 플래내건이 이날 범행에 사용한 권총이 조승희의 권총과 비슷한 ‘글록 19’였다고 보도했다.

플래내건이 보낸 문건에는 범행을 미화하려는 대의가 아닌 실질적 동기를 엿볼 수 있는 불만도 가득 담겨있었다.

자신이 흑인인 데다가 성적지향이 동성애라서 수시로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이 빼곡했다. 그는 자신을 “폭발을 기다리는 인간 화약통(human powder keg) “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들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직장에서 인종차별, 성희롱, 따돌림에 시달렸다는 말이 이어졌다.

플래내건은 “(버지니아 주 로어노크에 있는 방송사인) WDBJ에서 일할 때 더러운 인종차별 때문에 WDBJ를 고발했다”며 “그 사건 때문에 어느날 법원에 갔다 나오면서 격한 감정에 휘말렸고 겁도 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WDBJ 인간들이 내 인생을 망쳤다”며 “내가 덜 무뚝뚝했으면 하는 생각도 물론 있지만 빌어먹을 뉴스 디렉터가 세세한 것까지 다 간섭하는 독재자라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플래내건은 흑인교회 총격사건이 결정적 계기이긴 했지만 분노가 계속 쌓여왔다고 주장했다.

자살 노트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트위터를 통해 범행대상으로 삼은 앨리슨 파커(24·여) 기자, 애덤 워드(27) 카메라 기자가 자신에게 가한 위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파커는 플래내건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고, 한때 함께 일한 워드는 회사 인사부를 찾아가 플래내건의 잘못을 진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팩스 문건에는 WDBJ에서 근무하는 특정한 직원에 대한 원한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ABC방송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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