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모르게 바뀐 의학용어 말썽

의사도 모르게 바뀐 의학용어 말썽

입력 2011-06-03 00:00
업데이트 2011-06-03 08:4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전문가들 “수용 못해”…통계청·심평원은 서로 남 탓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만성폐색성폐질환(COPD)’, ‘전립샘암’과 ‘전립선암’ 중 어떤 게 옳은 병명일까?

통계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이나 전문의들로부터 여론도 수렴하지 않은 채 임의로 일부 병명(한국표준질병)을 바꿔놓아 말썽을 빚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30일 기관지나 폐에 염증이 생기고 폐 조직이 파괴되면서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생기는 ‘만성폐색성폐질환’ 환자가 크게 줄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OECD 흡연율 7위의 나라에서 관련 질환이 줄었다는 이 분석은 분명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데서 불거졌다. COPD 관련 전문의들도 모르게 그동안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불리던 질환명이 ‘만성폐색성폐질환’으로 바뀐 것이다.

당연히 의료계는 전문가들의 여론 수렴 없는 의학용어를 쓸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오연목 교수는 “의학용어라는 것이 처음에는 누군가 작명해야 하는 게 맞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는 용어는 유지해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다”면서 “만약 특별히 하자가 있어서 바꿔야 했다면 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 특히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물어보는 게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어 “병명 변경 사실을 처음 듣는 데다 의학용어를 편의적으로 바꾸는 것에 납득하기 어렵고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통계청이 올해 1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새롭게 고시하면서 일부 병명을 바꿨기 때문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만성폐색성폐질환으로, 전립샘이 전립선으로 각각 바뀐 게 대표적이다. 전립선의 경우 지난 2003년 전립샘이 됐다가 다시 전립선으로 환원됐다.

통계청에서 정하는 질병명이 중요한 것은 질병명이 변경되면 보건당국이나 각 의료기관에서도 상병코드에 쓰는 질병명을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질병명 변경은 통계청 고유의 권한으로, 통계청이 올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개정하면서 일부 질병명을 바꿨다고 통보해와 이를 적용했을 뿐”이라며 통계청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통계청은 “실제 질환에 좀 더 가까운 병명을 쓰자는 취지로 병명을 바꾼 것으로, 병명을 바꾸기 전에 심평원과 6개월 정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를 반영했다”며 심평원 주장을 반박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