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거지만 식당 차려 눈으로 보여줬죠”

“다 아는 거지만 식당 차려 눈으로 보여줬죠”

입력 2011-06-05 00:00
업데이트 2011-06-0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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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예상되는 스타일대로 하면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식당을 차려 눈으로 보여줬다는 게 큰 것 같아요.”

지난 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는 TV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을 신랄하게 비판한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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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보는 맛집 프로그램은 조작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한다. 제작진은 이 영화를 위해 직접 일산에 식당을 차려놓고 브로커와 접촉하는 것부터 돈을 내고 방송을 타기까지의 과정을 몰래 카메라로 보여줘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김재환 감독은 기존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는 영화관에서 상영될 기회를 잡지 못할 거라고 보고 촬영을 위해 식당까지 차렸다.

감독이 한달 동안 하루 세 끼 맥도날드 패스트푸드만 먹으면서 신체에 일어나는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준 미국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 같은 방식을 택한 것이다.

보증금과 권리금 등을 합해 식당을 차리는 데 든 경비는 2억원. 또 외주 제작사를 연결해주는 브로커에게 준 돈을 빼고도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데 1천만원이 들었다.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이 영화는 지난달 전주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관객상을 받으면서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고 비록 10개 남짓한 적은 스크린이지만 극장 개봉까지 하게 됐다.

김 감독은 MBC 교양 PD로 일하다 2002년 제작사를 직접 차려 이후 방송사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방송사들과 관계가 틀어지면 자기 회사가 타격을 볼 것이 뻔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맛집 프로그램에 직격탄을 날렸다.

”진짜 황당한 일인데 일상적으로 벌어져요. 다들 이 상황을 안다 하지만 아무도 얘기하지 않아요. 시청자나 제작진, 출연하는 스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지만 아무도 가면을 벗으려 하지 않는 이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을 저 혼자만 알고 있을 순 없었죠.”

제작진과 출연진 외에 시청자까지 가면을 썼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그는 “시청자는 진실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캐비아 삼겹살이 방송에 30번은 나왔는데 3대 진미라는 캐비아가 들어갔는데도 일반 삼겹살보다 천원 비싼 정도죠. 그런데도 시청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고 방송에 나온 걸 먹어봤다고 블로그에 올리면서 자발적으로 홍보해요.”

방송에 나온 ‘캐비아’는 실제로 철갑상어가 아닌 다른 싼 생선의 알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까발린다.

그의 화살은 방송사로 향했다. “3대 진미를 그렇게 저렴하게 제공한다는데 제작진은 몰랐을까요? 외주 제작사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자기 방송사 브랜드를 달고 나가는 건데 의심할 생각을 안 했을까요? 안 했다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거고 했다면 시청자를 속인 거죠.”

짐 캐리 주연 영화 ‘트루먼쇼’에서 조작된 세상에서 사는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을 브라운관을 통해 훔쳐보는 사람들처럼 시청자가 이미 맛집 프로그램에 중독됐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 속에는 100차례 넘게 출연했다고 자랑하는 브로커가 실제로 각종 맛집 프로그램에서 식당 주인 또는 주방장 역할을 연기하는 방송사 자료화면이 실소를 자아낸다. “시청자가 중독되면 안 보이는 거죠.”

’트루맛쇼’를 만들면서 그가 가장 놀랐던 건 뭔지 궁금했다. 김 감독은 “프랜차이즈 식당이 이 정도로 문제일 줄은 몰랐다.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우리 주변에 있는 작지만 좋은 식당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허상을 부풀리는 것 역시 방송사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 프랜차이즈 업자들은 음식재료를 놀랄 만큼 싼 가격으로 산다는 것도 그가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저급한 재료가 싸게 공급되고 있어요. 그건 식당을 열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영화 상영을 금지해달라고 MBC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김재환 감독은 방송사들과의 법적 다툼을 걱정하기는커녕 은근히 즐기는 듯했다.

”제가 방송사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으면 이런 작품이 앞으로 많이 나올 겁니다. 그래서 무조건 해피엔딩이어야 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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