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에 기준금리 석달째 동결

글로벌 경기둔화에 기준금리 석달째 동결

입력 2011-09-08 00:00
업데이트 2011-09-08 10:3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미국,유럽 급속한 경기하강에 ‘고육지책’ 선택물가 급등ㆍ‘한은 역할론’에 고민 커질듯

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유럽지역의 계속되는 재정위기로 인한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예상마저 내놓고 있다.

하지만 5%를 넘어선 물가 상승률은 한은이 본연의 목적인 ‘물가 안정’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금융감독당국의 ‘한은 역할론’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 선진국 경기 악화일로..결국 ‘동결’

지난해 7월부터 모두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던 금통위는 올해 6월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올린 후 7월부터 석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었다면, 이달 동결 결정을 이끌어낸 것은 선진국의 급속한 경기둔화로 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고작 0.2%에 불과했다. 1분기 성장률 0.8%에서 대폭 하락한 수치다.

독일은 1분기 1.3%에서 2분기 0.1%로 대폭 떨어졌고, 프랑스도 0.9%이던 것이 ‘0%’로 후퇴했다. 유로존의 두 경제대국이 ‘제로 성장’ 상태로 떨어진 것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안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 회원국의 비준투표라는 쉽지 않은 관문을 남겨두고 있어 세계경제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도 성장률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고용 문제다.

지난달 미국 내 새로 생겨난 일자리에서 사라진 일자리를 뺀 ‘순 신규 고용’은 ‘0’으로 집계됐다. 월간 신규고용이 0을 기록한 것은 1945년 2월 이후 66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역시 선진국 경기둔화의 영향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보다 0.9% 성장하면서 전분기 성장률(1.3%)보다 크게 떨어졌다. 하반기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8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11포인트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 11월 13포인트 하락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수출기업 BSI는 무려 15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원화 강세에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수출이 급감하고 수입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무역흑자는 8억달러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정범 애널리스트는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내수 부양책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상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였다”고 말했다.

◇ “물가 방치하나” 비판에 ‘한은 역할론’ 가세

하지만 물가 상승세만을 놓고 본다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 상승해 2008년 8월(5.6%) 이후 3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7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간 끝에 마침내 5%까지 넘어선 것이다. 연간 상승률은 정부의 전망치(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은행의 존립 근거인 ‘통화관리를 통한 물가 안정’ 역할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금융감독 당국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한은의 ‘역할’을 강조하며 한은을 괴롭게 만들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안정이나 가계부채에 대한 한은의 역할이 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제어하려면 총유동성 관리가 적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발언은 7~8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1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으로 읽힌다.

한은법 개정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한은과 금융감독 당국의 협조가 더욱 필요해진 상황에서 감독 당국 수장들의 이러한 비판은 한은을 더욱 고심하게 만들 수 있다.

‘금리인상 실기(失期)론’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던 2009년 하반기나 지난해 상반기 좀더 일찍 금리 인상을 단행했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쳐 물가 안정에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하나대투증권의 김상훈 애널리스트는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춘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이달은 물론 연말까지도 기준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박종연 애널리스트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커지는 경기둔화 우려로 인해 완화 기조로 점차 선회하고 있다”며 “한은만 독자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