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외환전쟁] 대기업도 은행도 “실탄 비축”

[세계는 외환전쟁] 대기업도 은행도 “실탄 비축”

입력 2011-09-16 00:00
업데이트 2011-09-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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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해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15일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은행 대출 및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조달을 통해 총 60조원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한해 자금 조달 규모인 64조원에 육박하는 것이며, 2009년 자금 조달액 49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대기업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18조원 넘게 늘어 106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한해 증가액 12조원보다 50%나 많은 금액을 8개월여 만에 확보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대기업 대출이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대기업들은 2007년 말 50조원이던 대출잔액을 8개월 만에 71조원까지 늘려 21조원의 자금을 확보했었다. 대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도 자금을 쓸어담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대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총액은 36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조원 늘었다. 대기업 유상증자 역시 올해 7월까지 4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 6000억원)의 2.8배에 달한다.

대기업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가속화되면서 하반기 자금조달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체감경기도 영향을 받고 있다. 한은의 8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11포인트 하락,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 11월 13포인트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반면 대기업보다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중소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15조원가량으로 대기업(60조원)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서대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이 지지부진하고 그리스 디폴트 현실화 우려로 인해 대기업들이 예비적 차원에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국내 은행 일부는 유럽 은행들의 신용 경색 우려가 금융위기로 확대되면 석 달도 버티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달러 등 외화자금을 충분히 비축하라고 당부했고, 은행들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달러 확보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12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외환 건전성 점검(스트레스 테스트)을 실시한 결과 일부 은행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들은 세계적인 외화자금 경색이 현실화되면 정부의 도움이 없다면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외화자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버금가는 신용 경색 상황을 가정한 극단적인 테스트였다.”면서 “은행들에 모자란 외화유동성을 좀 더 확보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상반기에 세계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외화를 충분히 비축했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심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있어 추가로 달러 확보에 나섰다. 약 20억 달러의 여유 외화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달 중순 10억 달러 규모의 커미티드 라인(마이너스 대출 통장 성격의 외화차입선)을 확보했다. 신한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커미티드 라인을 꾸준히 확대했고 올해 초 1억 달러를 추가해 현재 9억 달러의 한도를 확보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각각 1억 달러와 2억 달러 한도의 커미티드라인을 외국계 은행과 체결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30억 달러와 26억 달러 규모의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추가 채권 발행과 커미티드 라인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외화유동성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외국 금융기관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달러를 꿔 오느라 바빴던 은행들이 이제는 1개월 미만의 단기 자금의 경우 오히려 중국 및 유럽 은행에 빌려줄 정도로 외화 사정이 넉넉해졌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09-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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