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엔화대출

속 타는 엔화대출

입력 2011-10-03 00:00
업데이트 2011-10-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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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환율 한달새 11% 급등 원금·이자부담액 늘어 울상

인천의 한 공단에서 중소기계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난 2006년 집을 담보로 2억엔의 엔화 대출을 받았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30원으로 저렴했고, 연 2%도 안 되는 값싼 금리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이씨가 값아야 할 돈은 원금만 30억여원에 달한다. 대출 당시 금액이 16억여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500원을 넘어섰고, 엔화 대출금리까지 4%대로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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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조달비용과 중소기업 고객 유치 경쟁이 맞물려 폭증했던 엔화 대출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지난달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100엔당 1536.61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동안 11.3% 급등해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11.0%)을 웃돌았다.

엔화 대출 1억원을 받은 사람의 경우 원금 부담액이 무려 1000만원 이상 늘어났다. 특히 원·엔 환율이 800원대였던 2006년 전후에 엔화를 빌려쓴 대출자들의 경우 사실상 연 20%대의 금리 부담과 똑같아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에 터졌던 ‘엔화 대출 대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엔화 대출의 경우 1년 만기로 연장하는 시스템이라 연초 연 2%대이던 대출금리가 한때 연 8%까지 육박했다가 지금도 연 4%대를 기록, 대출 금리에서도 두배 이상의 부담을 지게 됐다.

대출 원금과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기업·신한·외환·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6개 은행의 엔화 대출 잔액은 8500억엔(약 13조원)에 달해 전체 상환 부담금도 한 달 새 약 1조 300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엔화 대출자들이 상당 부분 설비투자 등을 위해 돈을 빌린 중소기업인들이 많아 피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송희 닥터파이낸셜컨설팅연구소장은 “내년 초에나 원·엔 환율이 안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엔화 대출 만기 연장을 시도하며 중장기적으로 전체 대출규모를 줄이면서 소나기를 피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1-10-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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