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무늬만 착한 은행들

[경제 블로그] 무늬만 착한 은행들

입력 2011-10-04 00:00
업데이트 2011-10-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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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퉈 친서민 ‘생색내기’ 수수료 깎아주기 등 꼼수

최근 은행권에서는 ‘누가 누가 더 착한가’ 경쟁이 한창이다. 예금금리는 적게 주고 대출금리를 올려 받으면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은행들이 앞다퉈 친서민 방침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7일 ‘따뜻한 금융’을 선언했다. 고객의 이익과 성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어려움에 처한 고객에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유명했다. 그렇다 보니 재무 상태가 악화된 가계나 중소기업으로부터 대출을 재빨리 거둬들이는 등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은행’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올해 초 취임한 한동우 금융지주 회장은 이런 이미지를 송두리째 바꾸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따뜻한 금융’의 시작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최근 중소기업 대출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이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의 중기 대출 잔액은 지난 7월 54조 2328억원에서 지난달 말 53조 7838억원으로 0.83%(4490억원) 감소했다. 나머지 은행의 대출 감소액은 0.19~0.76% 수준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금융위기 우려가 불거지자 형편이 어려워진 기업들을 다시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의 수수료 인하 및 면제 정책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1일부터 모든 거래고객에게 자동화기기(ATM) 수수료를 절반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혜택은 ATM을 하루에 두 번 이상 이용할 때만 적용된다. 첫 번째 거래에서는 기존의 600~1000원 수수료를 그대로 내야 하기 때문에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변동금리 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주라는 금융당국의 지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마지못해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지만 영업점 현장에서는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10-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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