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초기 ‘V’자 반등 실종…소규모 개방경제 한계”
지난해 한국경제가 성장률과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경제성장률이 올라가고, 경상수지가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외환보유액이 늘고 해외 차입여건도 좋아졌다.그러나 한국의 금융시장은 불안했다. 엔저는 외환시장을 공습했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소규모 개방경제 특성상 선진국 양적완화 정책의 파고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린 것이다.
◇ 성장률 2.0→2.8%…주요 거시지표 호전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2.8%에 이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는 2012년 성장률인 2.0%보다 0.8%포인트 높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로부터의 탈출을 뜻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해 3월에 제시한 전망치인 2.3%보다 0.5%포인트 높아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인 2.9%에는 0.1%포인트 부족하다.
작년 성장세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0.7%,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에 6.3% 커지며 ‘V’자 반등을 이뤘던 것과는 대조된다.
다른 주요 거시지표도 청신호를 보냈다.
지난해 11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보합(0.0%)이었지만 경기회복 조짐은 점차 강화되는 분위기다.
작년 신규 취업자수 정부 예상치는 38만명으로 지난해 3월에 제시한 예상치인 25만명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3월 예상치인 2.3%보다 낮다.
작년 한 해 수출은 5천597억 달러로 2012년보다 2.2% 증가한 반면 수입은 5천155억 달러로 0.8% 감소했다. 3년 연속 무역규모 1조 달러, 사상 최대 수출과 무역흑자라는 ‘무역 3관왕’을 달성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11월까지 643억달러로 연간으로는 700억달러라는 전대미문의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대외건전성 호전…재정건전성은 악화
건전성 측면으로 보면 대외 부문이 개선된 가운데 재정건전성은 악화됐다.
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국가신용등급은 2012년 한 단계씩 상승한 이후 지난해에는 같은 수준을 이어갔다.
해외 차입여건 측면에서 CDS 프리미엄은 2012년말 67bp(베이시스포인트)에서 지난해말 65bp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19년만기) 가산금리는 140bp에서 92bp로 개선됐다.
이는 총외채가 2012년말 4천94억달러에서 지난해 4천110억달러로 다소 늘었지만 단기외채 비중이 31.1%에서 27.1%로 줄어드는 등의 건전성개선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외환보유액 역시 1년간 3천270억달러에서 3천450억달러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현재 세계 7위 수준이다. 외화예금도 486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은 장기간에 걸친 경기 침체 여파로 점차 적색지대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말 국가채무는 480조3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6.2%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채무의 절대 규모로 보나 GDP 대비 비율로나 사상 최고치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6.5%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23조4천억원 적자로 GDP대비 -1.8% 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급격한 엔화 약세…증시는 제자리걸음
외환시장에서는 엔저에 기반한 아베노믹스 여파로 원화 절상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해말 기준 엔·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02.28원으로 1년전 대비 19.06% 하락했다.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장중에는 세자릿수로 진입,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9년 9월초 수준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기재부는 지난달말에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5.40원으로 1년 동안 1.42원 내려갔다.
이 같은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은 같은 기간 주요 20개국(G20) 국가의 통화 절상률 가운데 유로화(4.6%), 중국 위안화(2.8%), 영국 파운드화(1.6%)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12년 말 1,997.05로 마감한 코스피는 1년 전보다 0.7% 오른 2,011.34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코스피가 2,5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도 나왔지만 실제 최고점은 2,059.58에 불과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같은 기간 26.0%,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증시의 DAX 30지수는 25.5%,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 225)는 56.7% 올랐다. MSCI 신흥국 지수는 5.1% 하락했다.
주식과 채권 시장으로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각각 43억달러, 25억달러로 2012년의 176억달러, 74억달러보다 줄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제 회복 초기에 한국경제가 ‘V’ 자 반등을 하며 앞서 나갔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지난해 한국 경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전 세계적인 교역량이 크게 늘지 않고 있어 올해도 상황은 좀 좋아지겠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만 올해는 대외적으로 엔화 약세, 대내적으로는 하반기에 경기 흐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어떤 대응책을 쓸지 등 어려움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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