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치 분할상환 정책, 주택시장 침체 유발할 수도”‘주택담보대출 정책 평가’ 보고서 발표…“소득분위별로 DTI 조정해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득 심사를 강화하고, 대출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지난달부터 전국으로 확대 적용된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가 이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대출 초기부터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야 하는 방식은 주택시장을 침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처럼 획일적 정책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일 ‘주택담보대출정책 평가’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은 주택구매를 위한 대출에 ‘비거치 분할상환’을 원칙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가계부채 부실 억제보다 주택매매시장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주택공급 과잉 논란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불거지자 올해 2월 수도권에서 시작해 5월부터는 전국의 주택대출 심사를 강화했다.
시중은행 대출심사가 깐깐해지자 저신용ㆍ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고금리의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상태다.
올해 1분기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5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22조2천억원)보다 크게 줄었지만, 저축은행ㆍ신용협동조합 같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1분기에만 7조6천억원 늘었다. 작년 연간 증가분(22조4천억원)의 34%에 달한다.
예정처는 ‘비거치 분할상환’을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정부가 관련 정책을 도입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가격은 소득 대비 높은 수준이라 원금을 상환하는 조건에서의 주택 구매가 중산층에겐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국내 주택가격은 연 소득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는 서민들이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와 주택과잉 공급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나 국책연구기관들과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예정처는 가계 흑자율을 기준으로 볼 때 현재 가계부채 증가율이 부실을 야기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주택과잉 공급 논란에 대해서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국내 주거용 건설투자 규모가 작은 데다 일본보다 낮은 인구 1천명당 주택 수, 1인당 주거면적을 고려하면 주택과잉 공급의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다.
예정처는 가계부채 부실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비거치 분할상환’ 원칙을 도입하기보다는 금융시장에서 다양한 조건의 주택담보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 분위에 따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소득층의 DTI는 고소득층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 대상을 토지를 제외한 건축물 가격으로 한정하고, 상환 기간 또한 주택의 내구연한에 맞춰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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