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LMO 감자 ‘수입적합’ 논란

정부, 美 LMO 감자 ‘수입적합’ 논란

이영준 기자
입력 2025-03-25 01:41
수정 2025-03-25 01:4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美 통상압박 대응 사전포석?

LMO 감자 수입 7년 끌다가 돌연 승인… ‘방미 선물’이었나

지난달 심사하고 뒤늦게 결과 공개
농민단체 반발 속 협상카드설 부인
이미지 확대
농촌진흥청이 미국산 ‘생식·번식 능력이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에 대해 ‘수입 적합’ 판정을 내린 사실이 24일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세계를 관세 전쟁으로 몰아넣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나서는 모습. 워싱턴DC EPA 연합뉴스
농촌진흥청이 미국산 ‘생식·번식 능력이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에 대해 ‘수입 적합’ 판정을 내린 사실이 24일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세계를 관세 전쟁으로 몰아넣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나서는 모습.
워싱턴DC EPA 연합뉴스


미국산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에 대해 정부가 최근 ‘수입 적합’ 판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먹거리 안전성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인 데다 농민단체의 반발이 불가피해 향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24일 “미국 감자 생산업체 심플로트의 LMO 감자 ‘SPS-Y9’에 대한 작물 재배 환경 위해성 심사 결과(적합)를 지난 2월 21일에 심사 주관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심사는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LMO 위해성 심사위원회’가 했다. 위원회는 ‘유전자 이동성’, ‘잡초화 가능성’, ‘주변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한 결과 유전자가 다른 생물체로 이동하거나 주변 야생종과 자연 교배돼 잡초화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적합’ 판정을 내렸다. 농진청 관계자는 “식품용 LMO 감자가 국내 작물재배 환경에 비의도적으로 방출되더라도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미국 LMO 감자 수입은 마지막 관문인 식약처의 안전성 검사만 남았다.

하지만 심사 시점을 놓고 논란이 번지고 있다. 심사 결과는 지난달 21일 나왔지만 바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6~28일 미국을 방문했다. 심플로트가 LMO 감자 수입 승인을 요청한 건 7년 전인 2018년 4월이다. 7년간 잠자고 있던 미국산 LMO 감자에 대한 위해성 심사가 공교롭게도 안 장관의 방미 직전에 이뤄졌다. ‘한국의 미국산 LMO 감자 개방’이 안 장관의 ‘방미 선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한국이 먼저 미국과의 관세 협상 카드로 제시했는지, 미국의 요청을 받고 수입 허용 절차에 나선 건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미국이 먼저 “LMO 감자가 맥도날드 프렌치프라이에 들어가는데 왜 수입하지 않느냐”며 수입 제한 해제를 요구했다는 설도 나온다.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건 농민단체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일(4월 2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미국을 회유할 카드 중 하나로 ‘LMO 감자 수입’을 택했고, 농민을 설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심사 결과를 감추고 협상을 추진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과 LMO 감자 수입을 논의한 바 없다. 수입 적합 심사는 미국 통상 압력과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산 LMO 감자에 문제가 있어서 7년간 허용하지 않았을 텐데 관세 대응책으로 미국산 수입 확대가 거론되는 시점에 갑자기 수입 절차를 진행한 건 미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게 합리적 의심”이라면서 “농산물 수입은 먹거리 주권과 관련된 것이므로 사회적 합의를 얻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농민단체들은 LMO 감자 수입 승인 절차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GMO반대전국행동, 농민의길, 전국먹거리연대 등 농민단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전자 변형 감자를 아이에게 먹이는 끔찍한 일이 발생할 위기”라면서 “국민의 건강한 식탁을 보장하고 농민이 지속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감자뿐 아니라 다른 LMO 농식품 분야의 비관세 장벽도 개방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의 반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25-03-25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3 / 5
AI의 생성이미지는 창작인가 모방인가
오픈AI가 최근 출시한 ‘챗GPT-4o 이미지 제네레이션’ 모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이미지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모델은 특정 애니메이션 ‘화풍’을 자유롭게 적용한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것이 큰 특징으로, 콘텐츠 원작자의 저작권을 어느 범위까지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 AI가 학습을 통해 생성한 창작물이다
2. 저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모방물이다.
3 / 5
3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