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이자·교육비 내니 ‘쥐꼬리’… 중산층 통장에 70만원도 안 남았다

대출 이자·교육비 내니 ‘쥐꼬리’… 중산층 통장에 70만원도 안 남았다

이주원 기자
입력 2025-03-25 01:43
수정 2025-03-2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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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균 여윳돈 3분기 연속 감소
65만 8000원으로 5년 만에 ‘최저’
부동산 취득세·사교육비 폭증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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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모(38)씨는 늘어난 지출에 한숨이 깊다. 초등학생 1학년 아들을 둔 이씨는 아이 학원비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만 월 200만원 정도가 나간다. 이씨는 “이자와 학원비를 내면 남는 돈이 없다. 아껴도 한 달에 50만원밖에 저축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중산층(소득 상위 40~60% 구간)에 해당하는 ‘3분위 가구’의 월평균 흑자액은 지난해 4분기 65만 8000원으로 나타났다. ‘흑자액’이란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지출을 뺀 금액이다. 중산층 가구가 모을 수 있는 돈이 한 달 평균 70만원이 채 안 된다는 의미다. 2019년 4분기 65만 3000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70만원을 밑돈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이후 흑자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2022년 3분기 이후 2023년 2분기와 2024년 1분기를 제외하면 8개 분기 모두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내수 부진이 깊어지면서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흑자액이 최근 3개 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3분위가 유일하다. 최근 전체 가구의 평균 흑자액이 상승 추세인 것과 대조적이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세금과 교육비 지출이 중산층을 타격했다. 지난해 4분기 3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77만 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8% 늘었다. 가계 소득·지출 통계를 함께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많고 증가 폭도 최대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취득세 등 비경상조세가 5만 5000원으로 1년 전보다 5배 가까이(491.8%) 폭증한 영향이 컸다. 또 사교육 열풍이 불면서 교육비 지출이 14만 5000원으로 13.2% 상승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교육비 증가 폭(0.4%)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경제 구조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 가계가 불안정해지면 내수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소비 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3분위 가구의 2020년 이후 실질 소비는 코로나19 직전보다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여윳돈이 줄면 먹거리 등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 당장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세금을 깎아 주고 이자를 낮추는 정책으로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실소득)을 늘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2025-03-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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