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속이 더북룩해. 뭘 먹어도, 먹지 않아도, 살아 가는 일은 뚜껑 열리는 순간부터, 운명 따위가 결정된다는 걸 알고 난 후부터, 발길질 한 번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야, 소리가 비어 있는 허공을 통째로 삼킬 수도 있다는 걸, 허공이 발길질 하는 소리 들어본 적 있니. 그건 바람의 불문율, 지상에 뿌리 내린 어둠, 지루한 곡예 끝에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박수소리. 머리가 빈 여자가 좋아. 사랑은 가슴에서 함부로 떨어지는 별빛. 걷어차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있는 메아리.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는 이미 마음 떠난 여자. 골목 가득 허공의 목소리 굴러다닌다.
2010-05-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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