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새만금 삼국지/이춘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새만금 삼국지/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06-18 00:00
수정 2010-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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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어른들은 징게맹갱(김제·만경)이라고 부른다. 전라북도 김제(시) 만경(면)의 드넓은 평야 지역을 말한다. 새만금은 김제만경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새롭다는 ‘새’자를 붙여 새만금으로 했다. 지난 4월 완공된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생긴 땅은 4억 100만㎡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의 140배, 서울시의 3분의2에 해당하는 넓은 땅과 33㎞인 방조제의 행정구역이 올 연말께 결정된다. 행정구역은 행정안전부가 해당 시·군의 의견을 수렴한 뒤 중앙분쟁조정위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

징게맹갱은 한(恨)의 땅이었다. 동학혁명 때는 수많은 농민군이 김제 땅이 코앞인 부안 백산에서 봉기해 김제만경을 지나 북으로 북으로 진격해갔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이는 곳이다. 워낙 광활해 백산(47m)에 오르면 고창, 부안, 김제, 군산, 익산, 완주, 전주 등 전북 대부분 지역이 한눈에 들어왔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벽골제가 김제 남단 부량면에 있다.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에는 1905~45년의 만금지역 민중들의 애환이 녹아 있다. 김제 죽산면 들판에 살던 민초들이 일제에 수탈당하면서도 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처절히 투쟁하는 장면들이 장대하게 묘사돼 있다. 일제가 조선인들의 종교적 대상도 됐던 당산나무를 베어버렸다는 내용은 아픈 민족사를 상징한다. 군산, 만주, 북간도, 하와이로 유랑하던 만금지역 주민들. 민족의 수난사다.

당시 일제는 김제만경 앞바다에 해상경계선을 그었다. 넓은 김제만경 들판의 식량 수탈을 위한 군산항만 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일제는 새만금지구에서 원래 부안·김제 소속 지역 일부를 군산시로 편입해 버렸다. 주민들의 편의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통일신라시대 이래 새만금 지구는 김제를 관할하던 만경현 소속이었다고 한다. 광복 65년이 흐른 오늘 그 해상경계선이 분쟁의 원인이 됐다.

군산, 김제, 부안의 ‘새만금 삼국지’가 불을 뿜는다. 군산시는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새만금지구 행정구역을 정하자고 한다. 그러면 전체 면적 중 71.1%는 군산시로 넘어간다. 부안군 15.7%, 김제시 13.2%다. 반면 김제의 경우 김제시와 군산시는 만경강, 김제시와 부안군은 동진강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을 결정하길 원한다. 그 경우 군산시 38.8%, 김제시 36.8%, 부안군 24.4%를 점유한다. 새만금특별시 얘기도 나오지만 새만금지구 행정구역이 모두를 만족시키게 결정되고, 일제의 잔재도 조금 털어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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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6-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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