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년후견제가 ‘도가니’ 막는다/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복지부 장관

[시론] 성년후견제가 ‘도가니’ 막는다/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복지부 장관

입력 2011-11-04 00:00
수정 2011-11-0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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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자신에게 신체적 위험이나 경제적인 손해와 같은 불리한 상황이 닥쳤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방어기제를 작동하여 어려움을 피해가거나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지적장애인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설령 인지하더라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여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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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복지부 장관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복지부 장관
일례로, 성남시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20대 청년이 길을 잃고 헤매던 중 경찰이 묻는 말에 잘못 대답하여 집 근처 시립정신병원에서 6년 동안이나 입원해 있다가 과실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또 의정부의 16세 여성 지적장애인이 30대 남자에게 속아서 강압적으로 5년간 동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부산에서는 한 지적장애인 청년이 꾐에 빠져 술을 먹고 빚을 진 후 목포로 팔려갔다가 낙도에서 갖은 고생과 폭행에 시달린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딱한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지적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나 가족들의 불안한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들 가족의 공통적인 걱정은 “내가 죽으면 내 아이는 누가 돌보아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의 유일한 소원이 있다면 이 아이보다 딱 하루 더 사는 것”이라던 한 어머니의 탄식 속에서 그간 이런 어려움을 가정에만 맡긴 채 소홀했던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장애인 가정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가 올 2월 국회를 통과하였으며 2013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성년후견제도는 판단 능력이 불충분한 장애인 등이 계약 체결 등 법적 행위를 함에 있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으로서, 현행 민법에서 다루는 한정치산 제도와 금치산 제도를 보완한다. 또한, 단순히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 차원을 넘어 사회 복지적 관점에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도록 맞춤형 보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제도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피후견인을 능력에 따라 성년후견인·한정후견인·특정후견인으로 구분하고, 장래를 대비한 임의후견인 제도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적 제약 등으로 말미암아 지속적으로 후견인이 필요한 성년후견인과 달리 한정 및 특정후견인은 생활의 일부분 또는 원하는 일정 기간에만 후견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한 명이 아닌 복수의 후견인을 선임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제 피후견인은 자신의 재산 관리 및 신상 보호를 가정법원에 요청할 수 있고, 가정법원이 전문가의 의견 등을 통하여 피후견인의 요청에 적합한 후견인을 선정하면 그 후견인으로부터 필요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실제 적용하는 일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특히 자격 요건을 갖춘 후견인을 어떤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선정할 것인지, 후견인에 대한 교육과 관리·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서비스의 제공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과 같이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시행 방법이 정해져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제도가 서비스를 받게 될 장애인의 처지에서 만들어지고 또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광주 인화학교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장애인들의 사회적 보호와 미성년 장애인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성년후견인 제도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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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애인계의 숙원이었던 이 제도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 및 관련 기관에서는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보다 합리적인 제도로 운용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계에서는 전문가들이 이 제도 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민 또한 관심을 두고 장애인들에 대한 적극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성년후견인 제도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제도로 하루빨리 뿌리내리길 기원해 본다.
2011-11-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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