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진주의료원 폐업을 지켜보며/강원식 메트로부 차장

[오늘의 눈] 진주의료원 폐업을 지켜보며/강원식 메트로부 차장

입력 2013-06-03 00:00
수정 2013-06-0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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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 메트로부 차장
강원식 메트로부 차장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열흘 넘게 뒷문을 통해 출퇴근하고 있다. 중앙 현관 앞마당이 경찰버스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노조원들로 관용차가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민원인들의 도청 방문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도청 현관 출입문 앞에서 청원경찰과 공무원들이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방문 이유를 물어본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면서 생긴 도청 주변의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홍 지사는 지난해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취임 69일 만이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결행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알렉산드로스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자른 이야기’에 비유했다. 고르디우스 매듭은 프리기아의 왕이 된 고르디우스가 자신이 탔던 마차를 왕이 된 기념으로 신전에 묶어 놓았던 매우 복잡하게 꼬인 매듭이다.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신탁이 전해져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원정길에 이곳을 지나게 된 알렉산드로스가 매듭을 풀려다 되지 않자 단칼로 잘라 풀었다는 이야기이다. 어려운 문제는 대담한 방법으로 풀거나, 그렇게 해야 풀 수 있다는 뜻으로 인용된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이었던 2009년 2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도 당시 미디어법 직권 상정을 꺼리고 있던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난하며 “직권 상정을 하는 것이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얽히고설켜 좀처럼 풀기가 어려운 문제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기보다는 알렉산드로스처럼 단칼에 싹둑 끊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홍 지사는 갖고 있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 필요하고 유익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도정 책임자가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는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사전에 사회적 합의나 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 발표했다. 홍 지사의 주장처럼 진주의료원이 혈세가 줄줄 새는 강성귀족노조의 해방구였다면 먼저 도민들의 검증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랬더라면 도청 앞마당과 통신탑, 도의회 등이 노조원들에 의해 점거되는 불법 상황과 사회 혼란은 덜했을 것이다. 또한 취임 당시 “도민만 바라보는 정의로운 도지사가 되겠다”고 약속한 홍 지사에 대해 “독단과 불통, 일방통행 도정 운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지금처럼 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어정쩡한 태도도 실망과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새누리당은 같은 당 소속인 홍 지사의 폐업 결정 과정 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노조의 사후약방문식 대응 행태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변화의 요구에 귀를 닫고 미적거리다 폐업이 결정된 뒤에야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며 폐업 철회를 요구했지만 상황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103년 된 공공의료기관이 강제로 문을 닫는 사태를 지켜보며 수혜자여야 할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노사 양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치민다.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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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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