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사이드 스토리/김명식
71X59cm, 캔버스에 오일
1981년 중앙대 대학원 회화과 졸업. 현 동아대 회화과 교수.
1981년 중앙대 대학원 회화과 졸업. 현 동아대 회화과 교수.
바람에 나뭇잎들이 비벼대는 소리라 굳이 믿는 것이다
한창 재미나는 저녁 연속극을 끌 수가 없는 것이다
빨래가 널린 옥상을 괜히 한번 염두에 둬보는 것이다
뭔가에 환호할 나이는 지났다고 뭉그적거려보는 것이다
속는 셈치고 커튼을 열고 베란다 문을 여는 수고가 하기 싫은 것이다
누가 이기나 최대한 견딜 때까지 견뎌보는 것이다
손익 계산부터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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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나뭇잎들이 수런거리더니 밤비가 쏟아지는가 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몸을 일으켜 커튼을 열고 베란다 문을 열어 밤비를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저녁 연속극을 끌 수도 없고, 몸이 말 안 듣는 사춘기 아들 같으니 뭉그적거리며 일어서지 않는 것이다. 괜히 양심의 명령 따위도 뭉개버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뭔가에 환호할 나이’는 벌써 지나고, 손가락조차 까딱하기 싫은 이 나태, 이 하염없는 자기 방기라니! 청승살이 두툼해지며 나이를 쌓아 간다는 징조다. 아무튼 인생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장석주 시인
2018-06-30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