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판하던 ‘위원회 공화국’ 답습하는 건가

[사설] 비판하던 ‘위원회 공화국’ 답습하는 건가

입력 2011-09-15 00:00
업데이트 2011-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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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도 ‘위원회 공화국’을 답습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각종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총리 직속, 각 부처 직속 등 500개에서 딱 한개 모자란 499개나 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른 것이다. 올해만 60개를 줄이겠다더니 6월 말 현재 오히려 68개나 늘었다.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며 위원회 절반을 없애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국 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됐다.

위원회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다 보면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도 나오고 민심도 제대로 읽어 정확한 정책 수행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위원회가 활발한 토론을 갖는 등 제 역할을 했을 때만 가능하다. 지난해 전체 위원회의 37.3%에 달하는 186개 위원회가 회의 한번 열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서면회의마저 열지 않은 위원회도 있다하니 그야말로 ‘없어도 그만’인 위원회가 그 정도로 많다는 얘기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인데도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는 지난해 한번밖에 열리지 않았던 것을 보면 도대체 왜 위원회를 만들었는지 의문이 든다. 대부분의 위원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된다면 그것은 행정력, 인력, 예산 낭비를 불러 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정부의 첫 일성은 “즉각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나서 할일을 해도 되건만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야만 되는 이유는 뭔가. 책임 회피를 위함이 대부분이다. 책임행정 대신, 위원회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핑계를 대고자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기 초 이른바 공신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 그럴듯한 위원회를 만들기도 한다. 행안부는 위원회 증가에 대해 “그동안 조사에서 누락되었던 64개 위원회를 집계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며, 올해 순증한 위원회는 19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행안부가 위원회 관리 부처로서 그동안 위원회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셈이나 마찬가지다. 사실상 이름뿐인 각종 위원회를 과감하게 정리해야 할 때다.

2011-09-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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