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남태령길을 지나는데 차창 밖으로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둑어둑해지는 시각에 진눈깨비가 쏟아질 듯한 날씨까지 겹치면서 최근 수방사를 둘러싼 어수선한 소식들이 떠올랐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 수방사 소속 제1경비단 211명이 국회에 투입됐고 수방사 특임대는 중앙선관위 청사에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안폰 서버 압수수색과 요인 구금에 쓰려 했던 벙커 얘기까지 보도됐다.
드라마 ‘제5공화국’과 영화 ‘서울의 봄’에 등장하는 수도경비사령부(수경사)는 1984년 개칭되기 이전의 명칭이다. 1979년 12·12군사반란 당시 수경사는 중구 필동(남산 한옥마을)에 있었다. 장태완 사령관의 분투에도 휘하 30, 33경비단과 헌병단, 경호부대 지휘관들은 사령부를 배신하고 쿠데타에 가담한 흑역사를 갖고 있다. 영화에도 나오는 부대 구호 “살아 방패, 죽어 충성”처럼 수방사는 수도 서울을 사수하는 핵심부대다. 불법 계엄 사태에 휘말린 소수 군지휘부 탓에 명예로워야할 장병들의 사기가 위축되거나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4-12-20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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