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선불 맞은’ 자사고 죽이기/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선불 맞은’ 자사고 죽이기/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9-03-26 21:38
수정 2019-03-27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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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 맞은 호랑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를 겨냥했다면 포수는 한 방에 맞혀야 한다. 어설프게 선불을 맞혔다가는 호랑이의 사생결단 역공을 각오해야만 한다. 지금 자사고 사정이 빼고 보탤 것 없이 ‘선불 맞은 호랑이’다.

자사·특목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교육 공약. 현 정부 들어 자사고 털어 내기는 노골적으로 진행됐던 게 사실이다. 정권 초기에 이들 학교의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려다 반발이 극심하자 교육부는 어쩔 수 없이 이 문제를 중장기 정책 과제로 돌렸다.

문제는 그다음 과정이다. 교육부는 일반고와 같은 날 자사고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카드로 자사고 숨통 조이기 우회전략을 폈다. 불합격한 학생은 관내 미달 일반고에 강제 배치하기로 했다. 이 카드 역시 실패했으나, 당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본인 선택이니 재수도 감수해야 한다”고 발언해 원성을 샀다.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한 비겁한 꼼수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번번이 죽다가 살았으니 자사고들의 사생결단 몸부림은 갈수록 처절하다. 서울 지역 자사고 22곳이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들이 평가를 거부하면 정성평가 항목을 0점 처리하겠다고 무시무시한 경고로 맞선다. 자사고는 5년마다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받아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간판을 떼야 한다.

그런데 올해 교육청들은 합격점을 5년 전보다 많게는 20점까지 한꺼번에 높였다. 올 초 재지정 기준이 나왔을 때부터 자사고들은 “살아남는 게 기적”이라고들 했다. 집단행동에 나선 자사고 교장들은 “시뮬레이션을 했더니 커트라인 70점을 넘는 학교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자사고들로서는 퇴로가 없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자사·특목고가 우수 학생들을 선점하면서 일반고가 무너진 현실의 일면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자사고 말려 죽이기’ 우격다짐은 품위가 너무 없는 교육정책이라 생각하는 여론이 많다. 자사고가 죽지도 살지도 못해 어정쩡한 상황에서 올해 평균 경쟁률(1.46대1)은 지난해(2.06대1)보다 크게 곤두박질쳤다.

돌고 돌아 의문. 자사고만 죽이면 일반고는 벌떡 일어설까. 자사고 털어내기가 전폭적 지지를 못 받는 이유를 교육당국은 모르는지 답답하다.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 속수무책 무너지는 일반고를 살리는 적극적인 방책은 왜 내놓지 않는지 학부모들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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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7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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