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프랑스 청년정치 DNA

[씨줄날줄] 프랑스 청년정치 DNA

박상숙 기자
박상숙 기자
입력 2024-06-13 04:41
수정 2024-06-13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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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프랑스 국민연합(RN)의 전신은 국민전선(FN)이다. 1972년 극우 정치인 장마리 르펜이 이민자 배척, 인종차별 철폐 반대 등 파시즘을 표방하며 창당했다. 그저 그런 군소 정당 취급을 받았지만 2011년 르펜의 막내딸 마린이 당대표직을 이어받으면서 변신이 시작됐다.

아버지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 마린은 2015년 “홀로코스트는 별일 아니었다”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부친을 당에서 축출하며 ‘꼴통 정당’ 이미지 벗기에 나섰다. 당이 이민자, 성소수자 반대를 내세운 것과 달리 그녀의 보좌진에 동성애자나 이민자 출신도 포함돼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지세 확장을 꿈꾸며 2018년엔 당명도 ‘국민연합’으로 바꿨다. 4년 뒤 프랑스 의회 선거에서 창당 이래 가장 많은 의석(89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RN은 그해 11월 27세의 조르단 바르델라를 새 당대표로 선출했다. 르펜 일가가 아닌 청년 정치인 발탁을 통한 과감한 세대교체로 RN은 선거판 돌풍을 이어 갔다.

선거에서 연전연승하며 슈퍼스타로 떠오른 바르델라는 가난한 이민자 가정 출신. 16살에 전신인 FN에 들어가 대변인, 부대표를 거친 그는 똑똑한 머리에 준수한 외모까지 겸비해 극우 정당의 이미지를 확 바꾸는 데 기여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각각 140만명, 60만명인 그는 이를 적극 활용해 정치에 관심 없는 또래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오는 30일과 다음달 7일 있을 프랑스 의회 총선에서 RN이 절반을 넘긴다면 바르델라는 총리 자리까지 넘보게 된다. 27년 만의 ‘동거정부’ 출현과 역대 최연소 총리 탄생 등 새 역사가 다시 쓰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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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에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 34세로 역대 최연소·동성애자 총리가 된 가브리엘 아탈 등 젊은 정치인의 약진이 이어지는 프랑스가 부럽기만 하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기존의 세력과 관성을 싹 물갈이하는 세대교체가 주기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년 정치인을 육성한다면서 조금만 다른 목소리를 내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라거나 ‘어린 게 싸가지 없다’며 꾸짖기만 하는 우리 정치의 노쇠함에 한숨만 나온다.
2024-06-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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