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6개월] 보이지 않는 방사능과 사투… “흩어진 가족 같이 살날 오겠죠”

[日 대지진 6개월] 보이지 않는 방사능과 사투… “흩어진 가족 같이 살날 오겠죠”

입력 2011-09-08 00:00
업데이트 2011-09-0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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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민 4만8900명… 후쿠시마 사람들의 애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11일로 6개월을 맞는다. 집중 피해지인 미야기현과 후쿠시마현, 이와테현 주민 가운데 아직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은 8만 7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여관과 호텔, 친척집, 학교 등 공공시설을 전전하거나, 가설주택과 차용주택에서 불편하고 불안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새 나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공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7일 후쿠시마를 찾아 이재민의 애환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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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오나가와 정립병원 주차장에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놓여진 조화 뒤로 부서진 건물이 보인다. 이시노마키·나토리·이이다테무라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일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오나가와 정립병원 주차장에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놓여진 조화 뒤로 부서진 건물이 보인다.
이시노마키·나토리·이이다테무라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방사능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1∼4호기의 원자로 및 사용후 연료를 내년 1월까지 방사성물질이 유출되지 않는 섭씨 100도 미만의 냉온 정지 상태로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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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기현 나토리시 유리아게 마을에는 지난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당시 부서진 자동차들이 지금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시노마키·나토리·이이다테무라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미야기현 나토리시 유리아게 마을에는 지난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당시 부서진 자동차들이 지금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시노마키·나토리·이이다테무라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원전 사고 등으로 피난 생활을 하는 후쿠시마현 주민은 4만 8900여명.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이마저도 방사능 피폭 위험이 없어져야 가능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30㎞ 남짓 떨어진 이이다테무라. 이곳 주민은 6200명에 이르지만 지금은 모두 대피해 유령도시로 변했다. 후쿠시마현 내 가설주택과 차용주택에 3000여명이 피난해 있고, 나머지 주민은 다테시, 소마시, 가와마타마치, 이노마치 등의 가설주택 등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후쿠시마시 마쓰가와 가설주택으로 피난한 사토 료헤이(60)는 지방의원이다. 그는 대지진 이후 이산가족 처지가 됐다. 사토는 7일 “마을에서 꽤 큰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사토는 이이다테무라의 시간당 방사능 수치가 5~6μ㏜(마이크로시버트)여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짧아도 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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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현 이이다테무라에 살던 사토 료헤이(60)가 방사능 수치가 높은 마을을 떠나 정부가 마련한 가설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시노마키·나토리·이이다테무라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후쿠시마현 이이다테무라에 살던 사토 료헤이(60)가 방사능 수치가 높은 마을을 떠나 정부가 마련한 가설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시노마키·나토리·이이다테무라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세슘 등의 방사성물질에 토양과 식물 등이 오염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세슘 소고기에 이어 추수가 임박한 세슘 쌀에 대한 우려도 높다. 논에 축적된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이나 돼 토양과 쌀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성은 방사성 세슘 오염이 흙 1㎏당 1000∼3000㏃(베크렐)이 넘는 토양에서 수확한 쌀을 검사한 뒤, 세슘이 기준치(1㎏당 500㏃)를 넘으면 출하 제한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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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후쿠시마현 내에는 어린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시민단체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린이들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후쿠시마 네트워크’도 방사능 공포에서 어린이들을 지키자는 취지로 지난 5월 1일 결성됐다. 후쿠시마 네트워크는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해 자발적으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해 경각심을 높이기도 했다. 사토 사치코 대표는 “학교 내 방사능 오염 기준치를 20m㏜(밀리시버트)로 강요하고 있는데, 이는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네트워크는 효고현이나 가고시마현 등 일본 서부 지역의 농산물을 기증 받거나 싸게 구입해 자율요금제로 후쿠시마 주부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방사능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주민들의 몸부림은, 말 그대로 사투(死鬪)였다.

후쿠시마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현지 동영상은 9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11-09-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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