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사기관 잇따른 ‘함정수사’ 논란

美 수사기관 잇따른 ‘함정수사’ 논란

입력 2011-10-14 00:00
업데이트 2011-10-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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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대사 사건은 美 외교정책 흔드는 이슈로 비화

미국 수사기관 요원이 무장세력 조직원으로 위장해 테러 용의자를 검거하는 ‘함정수사’가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암살기도 사건이 최근 적발된 것은 연방수사국(FBI)의 오랜 함정수사 기법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 사법당국은 이란인 만수르 알밥시아르 등 용의자들이 멕시코 마약 범죄조직의 도움을 받아 사우디 대사의 살해 음모를 세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용의자들이 접촉한 멕시코 마약갱단은 사실은 미 마약단속국(DEA) 정보원이었다.

게다가 알밥시아르는 이 일 저 일로 직업을 옮겨다니던 중이었고 주변 사람들도 그가 돈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암살 음모와 관련, 멕시코 갱단뿐 아니라 이란 혁명수비대의 특수부대 ‘쿠드스’까지 연루돼 총 150만달러가 투입될 계획이 세워졌고 선금으로 10만달러가 미리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사법당국은 알밥시아르가 마약 범죄조직과 접촉하기 전부터 이미 사우디 대사의 살해 음모에 가담하길 원했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수사기관이 어느 선까지 이를 계획했느냐는 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번 음모를 공모했는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FBI가 함정수사를 이용해 미국에서 외교관 살해와 국가기관 건물 폭파를 시도했다며 테러 용의자를 체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말 보스턴 검찰은 플라스틱 폭탄을 채운 원격조종 항공기를 이용해 국방부 청사와 의사당을 공격하려는 음모를 세웠다면서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미국인 남성 1명을 붙잡았다.

검거된 레즈완 페르도스는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위장한 FBI 요원으로부터 자신의 테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미리 부탁한 폭발물을 넘겨받던 중이었다.

앞서 8월에는 뉴욕 주(州) 올버니의 이슬람사원 지도자 2명이 미국 주재 파키스탄 외교관 암살에 사용될 휴대용 유탄발사기 구매 음모를 도운 혐의로 체포됐다.

FBI는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검찰에 협력한 사기혐의 범죄인을 정보원으로 활용했으며 파키스탄 외교관 암살음모도 사실은 허위임이 밝혀져 당시 함정수사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번 사우디 대사 암살기도 사건은 가뜩이나 미국과 이란 사이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시점에 터져나와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여 함정수사가 국가 간 관계를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당국이 “미국과 국제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고 사우디와 이란 간 긴장도 고조된 상황이다.

가디언은 함정수사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간 문제로 비화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란을 전쟁 도발국으로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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