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장관·日방위상 통화… 구체적 실행 방안 논의중
일본 자위대 간부가 미국에서 일본의 국방력 강화 구상을 공공연히 밝혔다. 새로 취임한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자위대의 역할 강화를 논의했다. 중국의 급부상과 북한 도발에 대한 견제를 명분으로 ‘보통국가’의 국방력 수준으로 자위대의 힘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우익 아베 신조 정권은 11년 만에 방위예산을 증액했다.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합동참모본부 격) 보도관인 요시다 요시히데 육상자위대 중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 재단에서 열린 ‘일본 정세와 안보, 동맹’ 주제의 세미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자립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미나 후 발언의 진의를 묻자 “국방을 미국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미”라면서 “먼저 우리 힘으로 일본을 지키고, 그 다음에 미군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미국의 도움 없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을 만큼 군사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오노데라 방위상도 8일 패네타 미 국방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에 부응해 자위대의 역할과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일본 방위성이 밝혔다. 현재 미·일 양국은 아·태 지역 미군의 영향력 축소에 대비해 자위대의 방위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다 중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2010년 이후 아·태 지역의 가장 긴급한 이슈는 북한의 불안정과 급부상하는 중국”이라면서 “아·태 지역 안정을 위해서는 우선 경성균형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성균형이란 기존 힘의 균형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대책, 즉 현상유지 정책을 의미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일본·미국·호주 간, 또는 일본·미국·한국 간 3자관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힘이 세지는 중국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미·일 3자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아·태지역 안정화를 위해서는 연성균형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며 “이는 아세안(ASEAN) 국가들과 항행 안전과 재난구조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군사적·외교적 행동반경을 남중국해까지 확장함으로써 광범위한 중국 견제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01-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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