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격 늦춰질 듯…오바마, 의회에 공 넘겨

시리아 공격 늦춰질 듯…오바마, 의회에 공 넘겨

입력 2013-09-01 00:00
수정 2013-09-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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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여론·러시아 관계·’예산 전쟁’ 등 고려한 다목적 카드인 듯

당장에라도 시리아를 공습할 기세였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군사 행동 여부와 시기를 의회에 일임하면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의회가 여름 휴회를 끝내고 9월 9일 다시 문을 열어 무력 개입에 대한 찬반 토론 및 투표를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군사 작전은 9월 중순 이전에는 사실상 개시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도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보다 의회가 개회하면 이 문제를 심의하겠다고 밝혀 당분간 서방의 시리아에 대한 무력 공격은 물 건너 가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의 성명을 통해 이 ‘뜨거운 감자’를 의회로 떠넘긴 것은 시리아 공습에 대한 국내외 반대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어떤 군사 행동도 같이하기로 했던 영국 등 우방이 의회 반대 등을 이유로 신중론으로 돌아선데다 미국 내에서도 의회가 사전 승인을 요구하고 미국민들도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에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임에 따라 의회를 끌어들여 시간을 버는 ‘오바마식 해법’인 셈이다.

애초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안보팀을 긴급 소집하고 백악관이 성명 발표 계획을 내놓을 때만 해도 작전 개시 명령이 내려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전날 직접 나서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 측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제시하고 ‘자체 시간표’에 따른 제한적 군사 행동 방침을 재천명하면서 미국의 군사 행동이 임박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화학무기 사용 여부 및 피해 상황 등을 조사하기 위해 시리아에 머물던 유엔 조사단이 레바논으로 철수하면서 미국의 공습이 임박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 내용은 반전에 가까웠다.

여전히 시리아에 대한 군사 행동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방점은 민의를 대표하는 기구인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는 쪽에 찍혀 있었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 승인 전제’라는 카드를 내민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시리아에 대한 즉각적인 응징을 주장하던 영국 등 우방들의 기류가 신중론으로 급선회하면서 미국으로서는 독자 행동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미국과 함께 강경 분위기를 주도했던 영국이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돌연 발을 뺀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엔도 무력 사용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것이다.

또 러시아가 미국의 독자 공격 감행을 극구 반대하는 상황에서 내달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양국은 이미 에드워드 스노든의 임시 망명 허용 문제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양자 정상회담이 취소될 정도로 사이가 껄끄러워진 게 사실이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전에 군사 공격을 단행한다면 양국 관계가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했던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9월에 개회하는 의회와 2014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와 국가 부채 한도 상향 조정 등의 문제를 놓고 한바탕 ‘예산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어서 논란 많은 시리아 이슈를 의회에 떠넘김으로써 공화당과의 접전 포인트를 분산할 수 있는 효과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법, 이른바 ‘오바마케어’ 폐지 또는 축소를 벼르면서 일사불란하게 행동해야 하는 공화당 지도부로서는 시리아 공격 여부에 대한 당내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게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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