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넨데즈 외교위원장 제안…내년초 의회서 초당적 추진 전망 오바마 “해킹 응징”…행정부·의회 대북 강경책 봇물 터질듯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확인됐다.제113대 회기 폐회 직전 발의돼 사실상 상징적 의미만 있지만, 내년 초 새 의회가 소집되면 관련 입법이 초당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북한을 상대로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북 제재 이행 법안’(S. 3012)을 제안했다.
내용은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이 발의해 지난 7월 하원을 통과한 같은 이름의 법안(H.R. 1771)과 거의 유사하다.
하원 법안도 113대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된 상태다.
외교 소식통은 “메넨데즈 위원장이 상원도 대북 제재에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폐회 직전에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안다”며 “상·하원에서 민주·공화 양당 외교위원장이 법안을 제안한 만큼 내년 초 새 회기가 시작되자마자 입법 작업이 초당적 지원을 받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더욱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비례적 응징’을 천명한데다 의회 내에서도 북한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 법안 처리가 우선순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워싱턴DC 외교가 분석이다.
내년 1월 초 개회하는 114대 회기에서 상원 외교위원회를 이끌 밥 코커(공화·테네시) 의원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에서도 다수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새 회기에서는 공화당이 상·하원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게 된다.
특히 로이스, 메넨데즈 두 위원장이 발의한 법안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은행, 정부 등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이 빠져 있으나 새로 발의될 법안에 다시 포함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정치권은 ‘이란 제재법’을 본뜬 이 조항을 넣으면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달러화 등 경화 확보를 어렵게 하는 초고강도 금융 제재로 2005년 취했던 마카오 소재 BDA(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 계좌 동결 조처와 유사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 위원장이 발의한 법안은 국무부로 하여금 주민 인권 유린에 관여한 북한 관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도 담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을 돈세탁 국가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로이스 위원장은 최근 소니 해킹 사건이 발생하자 이 법안을 새 의회에서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과거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이 BDA 제재를 했듯이 북한 금융 기관들을 겨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넨데즈 위원장도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서한에서 “북한이 다국적 기업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가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제적 검열’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은 테러 범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해킹 사건과 겹쳐 새해 벽두부터 민주당 소속의 오바마 행정부나 공화당 주도의 의회 모두에서 대북 강경책이 쏟아져 나올 소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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